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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미리 Feb 23. 2024

생일, 1년 중 가장 싫은 날

비미리기 ep3

생일 축하도 기브 앤 테이크?

태어난 날을 해마다 기념하는 생일. 나는 1년에 1번씩 돌아오는 생일이 우울하다. 12시 땡 되면 축하받던 시절은 지나갔고 해가 갈수록 축하해 주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축하하고 선물을 주는 것도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 되어서 내가 생일을 챙겨준 사람만 연락이 오곤 한다. 나 또한 카카오톡에 뜨는 생일 알림을 보면서 내 생일을 축하해 줬던 사람만 챙겨주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생일을 축하해 줬는데 축하해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참 서운하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기브 앤 테이크는 더 수면 위로 올라온 듯하다. 생일인 친구 목록에 노골적으로 ‘내게 생일 선물 준 친구’가 표시되는 것이다. 선물을 오프라인으로 직접 주거나 카톡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사이트 통해 줄 수 있음에도 생일날 카톡 통해 준 사람만 표시된다.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 된 생일 축하는 선물을 고를 때 더 심해진다. 이 사람이 나에게 3만 원 대 선물을 줬다면 나 역시 3만 원 대 선물을 준다. 친분이 깊을수록 선물의 가격대가 올라간다. 이 방식이 부담스러운지 실제로 나의 옛 회사 상사는 앞으로 선물 없이 축하만 주고받자고 제안해 왔다. 이렇듯 축하만 주고받는 사이라면 굳이 선물을 주지 않는다. 진심으로 상대방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보다 친분을 이어가기 위해 의무적으로 챙기는 느낌이 강하다.


선물은 알잘딱깔센?

생일 선물을 주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갖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고 원하는 선물을 주는 게 마음 편하고 서로 좋은 것 같은데,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선물을 주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하여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내 위시리스트를 친구에게 공개해 놓으면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문화도 생겼다. 카카오톡은 생일을 세상에서 제일 상술적으로 이용해 먹는 어플인 것 같다.


나에게 생일은 어느새 지난 1년 간의 인간관계를 정산받는 날처럼 가까워지고 멀어진 사람들이 체감되는 순간이 됐다.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축하받으면 감사하기도 하지만, 멀어진 사람들을 보면 씁쓸하다. 생일 그게 뭐 별 거냐면서 나이 먹을수록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생일을 쿨하게 보내지 못한다. 좀 더 나이 먹으면 생일을 의연하게 보낼 수 있을까? 1년 중 가장 싫은 날인 생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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