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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Nov 18. 2021

백신 패스 때문에 요가를 그만뒀습니다.



64日






요가원의 공지를 보고 연락을 미루고 있었다. 계속 바빠서 이번 주는 수련을 나가지 못하기도 했거니와 하기 싫은 말을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각자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각자의 매트에서 수련을 하는 요가원도 백신 패스가 적용되는 실내체육시설이다. 계도기간이 끝이 났고, 이번 월요일부터 백신 패스가 시작되었다.



지난주에 샤워장 오픈을 희망하는 회원 한 분이 수업을 마치고 원장님에게 건의를 했다. 손가락으로 주변을 스윽 훑으며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백신 맞았으니 샤워장을 하루빨리 열어달라고. 손가락이 지나가는 궤적 위에 나도 놓여 있었다. 특별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없기에 내 상황을 아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나는 그 말이, 그 손가락이 무척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녀 본인의 의견에 힘을 싣기 위해 나는 동의도 없이 끌어다 쓰였다. 그 앞에서 난 아닌데,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에 비릿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말을 했을 때의 그 민망하면서 묘해질 분위기도 감당하기 싫었다. 그동안 지켜보기에 따르면 그녀는 백신 강권자였다. 친한 회원들의 백신 접종 일정까지 체크해주곤 했다. 어떤 이들은 백신 미접종자를 보균자로 본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백신 접종 여부가 되기를 원치 않았기에 말없이 매트를 접고 나왔다. 더 이상 밀릴 곳이 없었다.



 때문에 마음 졸이고 있을 원장을 생각해서 전화를 걸었다. 원장과 나는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 서로 한숨만 쉬었다. 요가원은 코로나로 어려워져서 수련시간을 줄이고 회원도 많이 줄었다. 정부지침에 의해서 부득이 환불을 하게 되더라도 사례가 없어서 환불규정은 기존 것을 따라야 한다. 그럼 나는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그쪽은 그쪽대로 나는 나대로 환불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불편한 마음과 말들이 오가야 하는   결국 우리들일까. 위정자들에게 사회적으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은 정말 이것뿐이었을까? 취식도 가능해진 24시간 pc방보다 운동시설이  위험한 이유는 대체 무얼까. 너무나 웃긴 사실은 회원권을 연장할  국민재난지원금으로 일부 결제를 했다는 것이다. 줬다 뺏기까지 당하는 기분이다.



원장은 1:1 수업까지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미접종자는 업장 자체에 출입이 불가하므로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대신 회원권을 방역 패스가 사라지는 날까지 무기한 홀딩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내년 초쯤에 상황을 보고 다시 결정하자고. 원장은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왜 그녀가 미안해해야 할까. 백신을 안 맞은 내가 미안하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정책의 피해자인 그녀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 우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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