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1일
아주 깊은 눈 속을 걸었다
함께 걷자고 한 마디 건네는 것이 무서워서 혼자 걸었다
차갑고 부드러운 안개는 끝이 없었고
깨끗하게 물기 어린 땅이 나를 삼켰다
이대로 수분이 되어 땅과 공기 속으로 흩어지면 나의 무게도 가벼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네가 나를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뱉었다
따뜻하고 딱딱한 길바닥 위로
길 위에 있어야 같이 걸을 것 아니냐며 축축하게 무거운 나를 끌어올렸다
나는 네 손을 잡았다 실은 이따금 생각한다 내리는 눈을 감고 돌아본다
감은 눈 속을 파고들고 깜깜한 창을 열어 나를 데리러 왔다
창 안으로 물기가 들어찬다
가득 차서 밖으로 흘러내릴 때
눈을 뜨고 너를 보았다
고마워서, 미안해서, 정말 많이 고마워서 나의 창은 닫아둘 수 없었다
눈발이 세차게 날아들고 너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