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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Nov 09. 2021

하얀 입김이 눈을 찔렀다

13월 2일

유독 길고 긴 겨울이었다


봄을 맞이할 준비로 설레어하는 강한 생명력 속에서

나의 겨울은 끈질기게 계절을 붙잡고 있었다

가을이 저물어갈 때에도 어김없이 이른 발걸음으로 나를 보채듯 찾아왔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것을 들이면

나의 밤은 유난히 길어졌고

하얀 입김이 눈을 찔렀다

눈물이 떨어졌다

콧잔등을 타고 반대 편 눈을 적셨다가, 뺨을 따라 마른 길을 내었다가, 이따금 귓가를 속닥이며 맴돌다가

다시 내 품으로 스며들었다


끝이 나길 바라면서도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

길고, 아주 긴 겨울이 이어지기를

계절을 붙잡고 보채던 것은 겨울이 아니라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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