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3일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날
나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서서 네게 전화를 걸었다
응, 왜?
간결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울음을 삼킨 목소리가 억눌렸다
단 한마디라도 입 밖으로 뱉어내면 너무 많은 것들이 쏟아져서, 입술이 다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네게 나의 짐을 얹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만은 내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싫증 내지 않고 들어줄 것 같아서
그 순간만큼은 생각나는 이가 너뿐이었다
진심으로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너라면 그런 말을 해줄 것 같았을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낙엽을 맞고 있으니
너는 넌지시, 어디냐고 물었다
지금 가겠다고
원하는 말을 듣기 위한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말보다도 더 투명한 진심이었다
가을 길목 위로 온 겨울이 쏟아졌다
하얗게, 서럽게, 조용히 떨어졌다
계절이 흔들리고 감당할 수 없는 눈 끝이 아려왔다
이 차갑고 끝없는 계절 위로
나를 찾아온 이의 발자국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