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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Nov 10. 2021

나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서서 네게 전화를 걸었다

13월 3일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날

나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서서 네게 전화를 걸었다


응, 왜?

간결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울음을 삼킨 목소리가 억눌렸다

단 한마디라도 입 밖으로 뱉어내면 너무 많은 것들이 쏟아져서, 입술이 다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네게 나의 짐을 얹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만은 내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싫증 내지 않고 들어줄 것 같아서

그 순간만큼은 생각나는 이가 너뿐이었다

진심으로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너라면 그런 말을 해줄 것 같았을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낙엽을 맞고 있으니

너는 넌지시, 어디냐고 물었다

지금 가겠다고


원하는 말을 듣기 위한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말보다도 더 투명한 진심이었다

가을 길목 위로  겨울이 쏟아졌다

하얗게, 서럽게, 조용히 떨어졌다

계절이 흔들리고 감당할 수 없는 눈 끝이 아려왔다


이 차갑고 끝없는 계절 위로

나를 찾아온 이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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