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5일
감정은 계절에 물들기 쉽고 나약하다
그래서 나는 네가 걱정이었다
내 감정은 누구보다 계절로 빠르게 흡수된다
계절을 따라 피어나고 푸르게 반짝이다가
다시 무력하게 흔들린다
찬바람에 모든 가지를 잃었다가
제자리에서 나부끼는 눈발을 맞으며 방황한다
계절과 함께 나의 감정은 끝없이 순환한다
하지만 너는 달랐을 것이다
네 곁에 쉼 없이 돌아오는 겨울을 둔 탓으로
너의 감정도 조금씩 그 계절에 물들곤 했다
네게서 나의 눈발을 닮은 얼굴과,
네 것이 아닌 거친 설움을 마주했을 때
나는 무른 절망을 느꼈다
나의 이기심과 불안으로 채워진 계절이
너의 감정을 물들게 했을까 봐
네가, 나로 인해 알 필요도 없던 감정과 기분과 생각들에 전부 동화되었을까 봐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너는 같이 고개를 숙여주었지
그 다정함에 나는 결국 고개를 들었고
아주 잠시만,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