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6일
내 기억 속의 겨울은
실은 아주 따뜻하고 포근했다
겨울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이 있었다
문을 열면 금방 코를 찌르는 가스난로의 냄새와
퀴퀴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낸 카펫트의 촉감과
식탁에 앉으면 따끈한 육수 위로 피어오르는 말간 연기
나는 범람하는 추억으로 기꺼이 잠겨 들었다
그래서 나의 겨울은 또 춥고 서러웠다
너무 따뜻하고 환해서
매년 돌아오는 계절 위에서 나는 잃어버린 어느 편린만을 손에 쥐고 덜덜 떨었다
파랗게 시려오는 손을 감싸줄 이가 없었다
짙게 다가오는 밤을 밝혀줄 이가 없었다
단 한 명의 체온이 없었다
줄곧 푸르게 매서운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