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Nov 11. 2021

잃어버린 것을 찾지 못해서 겨울이 왔다

13월 6일

 기억 속의 겨울은

실은 아주 따뜻하고 포근했다

겨울이 되어야만 느낄  있는 아늑함이 있었다


문을 열면 금방 코를 찌르는 가스난로의 냄새와

퀴퀴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낸 카펫트의 촉감과

식탁에 앉으면 따끈한 육수 위로 피어오르는 말간 연기

나는 범람하는 추억으로 기꺼이 잠겨 들었다


그래서 나의 겨울은 또 춥고 서러웠다

너무 따뜻하고 환해서

매년 돌아오는 계절 위에서 나는 잃어버린 어느 편린만을 손에 쥐고 덜덜 떨었다

파랗게 시려오는 손을 감싸줄 이가 없었다

짙게 다가오는 밤을 밝혀줄 이가 없었다


단 한 명의 체온이 없었다

줄곧 푸르게 매서운 겨울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나는 네가 걱정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