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Nov 15. 2021

화마(火魔)

13월 8일

나의 십 대는 절반만큼 행복했고, 절반만큼 불행했다

열다섯의 봄, 당신을 잃은 나는 슬펐지만 결코 불행하지는 않았다

내 눈물의 이유를 알아주는 온기가 만연했고,

기꺼이 그들의 눈물함께 내어주었다


그 따스함에 익숙해버린 탓일까

마를 줄 모르던 감정은 끝내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따뜻하지 않고 뜨겁고 무섭게 집어삼키는 불길 속으로


상황은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 않는다

불행하다 느끼는 것은 내가 불행한 감정들에 삼켜졌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불쌍하고, 행복하지 못한 존재인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불행해지고 마는 것이다

무엇도 불에 타지 않는 축축한 땅 위에서 멋대로 타오르고 말았다

까만 재가 되어 날아갈 때까지


차라리 날아가버렸으면

더 이상 불길이 피어나지 않게 멀리, 연기가 되어 사라졌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내 밤이 당신의 일기를 닮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