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Nov 16. 2021

봄은 우리에게 참 많이 잔인했죠

13월 9일

나는 봄이 정말 싫었다

내 소중한 것들은 모두 봄에 지는 꽃잎보다도 하릴없이 내 곁에서 눈을 감았다

설레고 좋았던 싱그러움은 떨어지는 봄비에 쉽게 흩어졌다

봄이 되면 너무 많은 것을 잃은 탓이다

당신을 떠나보낸 그 봄의 탓이다

잔인할 정도로 따뜻하고 서러워서 도무지 다른 기억을 떠올릴 수가 없다


그날의 해가 유난히 따스해서, 봄바람이 부드러워서

나는 오랫동안 당신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가끔, 당신 없이 길어진 나의 숨이 믿어지지 않는다


당신은 내게

영원히 새로 피어나는 봄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영면의 계절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마(火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