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10일
몸이 크게 기울더니 풀썩, 넘어졌다
나를 받쳐준 눈 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저만치 멀어진 네 발자국을 세다 보면 이 눈밭이 너무 넓게 느껴져서
내가 이 설경을 이루는 겨우 한 점의 물감이 된 기분이었다
몸을 뒤집어 벌게진 얼굴을 들었다
눈이 나린다, 네가 눈 밟는 소리와 함께
실은 네가 어디를 밟아도 상관없었다
단지 네 뒷모습만 보는 내가 부끄러웠을 뿐이다
차라리 네게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멀고 쓴 길을 제시간에 걸을 수 있을지 두려웠다
한숨 같은 재채기가 한 차례, 몸을 일으켰다
네 발자국이 나리는 눈에 희미해졌다
우리 꼭 저 나무 아래에서 만나자
약속처럼 네가 내민 마음을 품고 다시 발을 떼었다
계속 포기하지 않고 걸을테니
아주 조금만 나를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