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16일
해가 저물어서 길어진 그림자에
어슴푸레한 전구들이 노랗게 물들면
꼭 우리 어릴 적의 작은 아지트 같아
‘세워둔 의자 위로 걸린 구슬 같은 전구
그 위로 덮여진 보드라운 이불 아래의
킥킥대며 천진하게 웃는 아이를 모른 채 찾고 있으면
아이, 나 여기에 있어!
그러곤 또 쏙 숨어 들어서 이불 끝을 말아 쥐고 행복했구나’하고
빛이라곤 엷은 전구뿐인 허공에 대고
나의 길어진 그림자를 찾아 대신 건드려주다가
그때처럼 말아쥔 이불의 끝자락이 서러웠다
나는 또 그대 앞에 어린아이인 채로다
아직도, 한참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