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Dec 09. 2021

아직도, 얼마나, 더, 너는 그렇게 물었지

13월 16일

해가 저물어서 길어진 그림자에

어슴푸레한 전구들이 노랗게 물들면

꼭 우리 어릴 적의 작은 아지트 같아


세워둔 의자 위로 걸린 구슬 같은 전구

그 위로 덮여진 보드라운 이불 아래의

킥킥대며 천진하게 웃는 아이를 모른 채 찾고 있으면

아이, 나 여기에 있어!

그러곤   숨어 들어서 이불 끝을 말아 쥐고 행복했구나하고


빛이라곤 엷은 전구뿐인 허공에 대고

나의 길어진 그림자를 찾아 대신 건드려주다가

그때처럼 말아쥔 이불의 끝자락이 서러웠다

나는 또 그대 앞에 어린아이인 채로다

아직도, 한참을, 더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을 한 입 꺼내어 먹었더니 속이 쓰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