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17일
수많은 밤이 발목 아래로 찰랑거렸다
곧 내 숨이 끊어질 만큼
목까지 차오르고 머리 끝까지 잠길 만큼
네가 흘릴 깊은 밤이 나를 덮치겠지
거대한 파도를 눈앞에 둔 공포조차 없었다
나는 내 의지로, 너의 밤을 밟고 섰다
작은 흐느낌과 다급하게 가다듬는 호흡
패이고 깨지고 터지는 소리
찰박, 찰박.
굳게 땅 위로 발을 붙이고 서 있으면
어느새 발뒤꿈치가 들렸다
오늘은, 딱 이만큼이기를
나는 얼마든지 이곳에 서 있을 수 있지만
얼른 이 까만 밤 위로 빛이 들었으면 해
네가 눈을 뜨면, 너를 위한 빛이 말간 눈동자 안으로
새까만 나의 방 안으로
네가 쏟아냈던 밤의 표면 위로
이제는 부서진 조각들이
눈부시게 반짝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