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Mar 15. 2022

보내준 건 다 먹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13월 22일

한 뼘마다 사람들이 줄지은 거리를 지나

텅 빈 골목을 걸으면

텅 빈 집에 텅 빈 뱃속이

얼마 전까지 빼곡한 것들이

이제는 텅 비었다

가져가라며 챙겨둔 장조림,

잘 먹고 지내라며 넣어준 고깃덩이들,

없으면 심심하지 않냐며 보내준 김치와 장아찌

전부 텅 비었다


고기는 다 먹었니, 깻잎 또 보내줄까?

물음에는 다 먹었다고 답했다

남은 것도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사는 게 바빠 제 때 먹지도 못하면

조금이라도 남아 버리게 되는 것이 싫어서

차라리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가

텅 빈 뱃속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미안. 미안해, 엄마

고마워, 오늘도 잘 먹을게

매거진의 이전글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빌려줄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