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22일
한 뼘마다 사람들이 줄지은 거리를 지나
텅 빈 골목을 걸으면
텅 빈 집에 텅 빈 뱃속이
얼마 전까지 빼곡한 것들이
이제는 텅 비었다
가져가라며 챙겨둔 장조림,
잘 먹고 지내라며 넣어준 고깃덩이들,
없으면 심심하지 않냐며 보내준 김치와 장아찌
전부 텅 비었다
고기는 다 먹었니, 깻잎 또 보내줄까?
물음에는 다 먹었다고 답했다
남은 것도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사는 게 바빠 제 때 먹지도 못하면
조금이라도 남아 버리게 되는 것이 싫어서
차라리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가
텅 빈 뱃속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미안. 미안해, 엄마
고마워, 오늘도 잘 먹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