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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Jul 06. 2022

너는 언제까지 나와 밤을 걸어줄 수 있을까

13월 26일

달이 예쁘길래 보여주고 싶었어

하지만 높은 건물  청명한 어둠에

나는 네게 예쁜 거라곤 무엇도 보여주지 못했어


그런데도 너는 말한 거야

‘같이 걸어줄게, 얘기해 봐’


초여름 녹음이 짙어지면

말간 달 아래로 어린 새가 날아가면

또 같이 걸어주던 밤길로

근처 뚝의 비린내가 스며들면

범람해버린 지난밤 빗물처럼

네가 곧 만일할 것 같았다

쓸려내려 가서 떠밀리고, 점점 멀어질 것 같았다

나는 그 서글픈 파랑(波浪)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


있잖아,

네 푸르른 청춘에 시린 파랑이라곤 없었으면 해

다만 봄으로 나아가자고,

가끔은 뒤꿈치로 느껴지는 서리를 참고

우리 봄으로 나아가자고

네가 나를 위해 함께 걸어준

그 무수한 밤을 딛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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