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26일
달이 예쁘길래 보여주고 싶었어
하지만 높은 건물 위 청명한 어둠에
나는 네게 예쁜 거라곤 무엇도 보여주지 못했어
그런데도 너는 말한 거야
‘같이 걸어줄게, 얘기해 봐’
초여름 녹음이 짙어지면
말간 달 아래로 어린 새가 날아가면
또 같이 걸어주던 밤길로
근처 뚝의 비린내가 스며들면
범람해버린 지난밤 빗물처럼
네가 곧 만일할 것 같았다
쓸려내려 가서 떠밀리고, 점점 멀어질 것 같았다
나는 그 서글픈 파랑(波浪)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
있잖아,
네 푸르른 청춘에 시린 파랑이라곤 없었으면 해
다만 봄으로 나아가자고,
가끔은 뒤꿈치로 느껴지는 서리를 참고
우리 봄으로 나아가자고
네가 나를 위해 함께 걸어준
그 무수한 밤을 딛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