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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May 28. 2024

마지막을 염두에 둔다면 백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일요일 오후 딸과 전화 통화 후 스마트폰이 꺼져서는 켜지지 않는다. 충전이 덜 되었나 싶어서 계속 충전해도 켜지지 않는다. 측면의 두 개의 버튼을 눌러 재부팅을 해보라고 해서 두 개의 버튼을 누르고 10초를 세어 봤지만 켜지지 않는다. 다만 몇 번씩 진동이 온다. 아무래도 고장이 났다 보다.


일이라는 게 참 그렇다. 이런 전자제품 관련 일은 항상 남편이 해주어서 별로 신경을 써본 적이 없는데 남편이 토요일에 유럽으로 출장을 가고 나서 하루 만에 이게 뭔 일이란 말인가. 핸드폰 외에 연락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오후에 조퇴를 하고 삼성 서비스센터에 들렸다. 보상 기간은 2년이라서 3년 3개월이 지났기에 액정을 갈아도 보상이 없다고 한다. 액정을 교체하는 값이 29만 5천 원, 거의 30만 원이라고 한다. 3년 3개월 쓴 스마트폰을 30만 원을 들여서 수리하고 3년을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화면이 들어오지 않아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할 수 있으니 대리점에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핸드폰을 교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30만 원을 들여 수리해도 3년을 쓰지 못하니 거기에 돈을 조금 더 추가해서 핸드폰을 교체한다 생각하기로 했다. 


문득 며칠 전 남편이 나에게 핸드폰의 사진이나 파일 좀 노트북으로 옮겨놓으라고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내가 귀찮아서 다음에 할게 하고 넘겼다. 그게 신의 계시였는데... 이제야 자료 좀 백업해 둘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벌어진 일 뒤에 후회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싶지만.


사실 이 일에 대한 걱정은 어제 오후에 다 해서 오늘은 그래 차라리 돈으로 해결되면 다행이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30만 원이 수리비로 나가는 것보다는 거기에 돈 좀 더해서 새 폰으로 해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이렇게 될 일이었다. 마크툽! 너무 기운 빼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다행이다. 데이터를 다 옮길 수 있는 것도. 대리점 직원이 데이터 옮기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집으로 와서 노트북을 켜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대리점 직원에게 '이렇게 한 번에 스마트폰이 가는 경우가 많냐'라고 물어보니 자신도 수리하시는 기사님들께 여쭤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게 계속 누적이 되었을 때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떨어뜨릴 때마다 한 번씩 충격으로 손상을 입었던 것이 어느 순간 탁하고 끊어지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핸드폰을 자주 떨어뜨린 내 잘못이다.


어쩌면 내 삶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나서야 내가 언제까지나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나도 조금씩 조금씩 소멸되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핸드폰이 멀쩡하다 갑자기 까맣게 액정이 나간 것처럼 나도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어느 날 너무 아파서 무너지듯이 내 삶도 그럴 것 같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삶은 유한하니까. 


그렇기에 우리도 마지막을 준비하는 삶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들을 위해 조금씩 자신의 삶을 백업하는 게 필요하다. 가족들이 나의 부재로 느낄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그날 내가 있던 자리를 정리하고 주기적으로 내 삶을 백업하며 준비하여 언제든 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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