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외국계 기업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이십 대 때부터 영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어를 잘하기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았다. 독학도 해 보고, 학원에도 다녀 보았다. 다양한 영어 방법론을 찾아보았다. 영어라는 분야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쓴 책도 수십 권 찾아 읽어 보았다. 저명한 학자들이 저술한 교육학과 뇌과학 서적도 찾아 읽어 보았다. 외국에서 태어나 자랐거나, 어린 시절 이민을 가서 ESL 환경에서 2개 국어를 쉽게 하는 사람들의 책은 학습 교재로는 좋지만 영어 습득 방법론 면에서는 배울 게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나름의 '영어 공부 방법론'을 연구했다. 그렇게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고, 나만의 영어 공부 방법과 순서를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법은 대한민국의 제도권 공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제도권 교육은 그만큼 중요하다. 학생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좋은 성적을 통해 학생의 자존감을 올려주며, 학생이 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이라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학교에서 다루는 영어 학습 과정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단언컨대 영어의 기초는 '읽기'다. 특히 한국어가 모국어인 EFL 환경에서 영어를 후천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읽기가 절대적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영어공부 방법을 존중하지만, 읽기가 영어학습의 토대가 되는 길을 벗어나는 공부 방법에는 반대한다. 언어 실력을 결정하는 큰 기준은 머릿속에 입력된 '문장(어휘)의 양'과, 입력된 정보를 이해의 영역으로 얼마나 빨리 끌어내는가의 문제, 즉 '시간'과 관련이 있다.
읽기는 정보 입력에 있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한 문장을 가지고 토막토막을 내서 뜻을 파악할 수도 있고,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이동하며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문장 안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작은 문장인 덩어리 단위의 '구'를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 영어는 논리적인 구조언어 이기 때문에 퍼즐을 맞추듯 전체적인 그림(구조)을 파악하지 않으면 해석이 어렵다. 이때 읽기는 언어 정보의 습득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의 구조를 나열해 주는 '지도'의 역할을 한다. 이미 한국어로 모국어의 틀이 잡힌 영어 학습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읽기가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다. 수능 영어는 바로 이 훈련을 시키는 과정이다. 학생들이 대학에 가거나 사회에 나가 더 고급의 수준 높은 문장을 잘 읽고 직업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영어 해석의 기초적인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뇌과학 분야에 나오는 '신경가소성(neural plasticity)'개념을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외국어 문장을 읽는 행위는 여러 경로의 시냅스의 신경 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외국어 공부를 읽기로 시작하는 것은 영어라는 언어의 구조를 익숙한 경로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뇌를 활성화 키켜주기 때문에 사람의 뇌를 '똑똑한 뇌'로 만들어 주는 것과 같다. 영어 읽기가 잘 된 학생들은 다른 과목도 잘하게 될 확률이 높다. '영어만 잘하는 바보'가 아닌, 똑똑하고 다른 분야에서 영어를 잘 활용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학생에게 가장 좋은 읽기 자료는 학교에서 배우는 읽기 자료이다. 회사원에게 가장 좋은 읽기 자료는 회사에서 일할 때 쓰는 영어 문서이다. 대학생에게 가장 좋은 읽기 자료는 전공 영어원서이다. 읽기는 가장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학습법이자 가장 고독한 학습 방법이다. 무언가를 읽고 있는 사람을 옆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읽기는 가장 고된 방법이고 가장 품이 많이 든다. 학습 초기에는 가장 재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학습이 거듭 진행될수록 가장 재미있는 학습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