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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마쿤 Oct 17. 2019

EP 10. 추첨

푸드트럭 마쿤키친카페

벚꽃 축제가 있은 며칠 후, 애타게 기다리던 공원 모집 공고가 떴다.

꺄오! 기쁨의 환호를 지르고 지원서를 제출했다. 여자 친구와 가족에게도 기쁨의 소식을 전했다. 신혼집을 알아보려던 참이었는데 정말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6월 26일, 내 생일이 되면 만 30세가 되어서 청년 자격을 상실한다. 그렇게 되면 청년 창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더 조마조마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전에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벚꽃 축제부터 시작해서 좋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계약을 하고 싶은 마음에 모집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청년창업 자격으로 지원서를 제출했으니 확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알겠다고 하고 괜찮으면 공원에 직접 방문해서 푸드트럭 존을 확인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방문하겠다고 하고 약속을 잡았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였다. 다음 날이 되어 약속 시간보다 먼저 공원에 도착했다. 오정동으로는 다닐 일이 없어서 공원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얼핏 봐도 꽤 잘 꾸며진 넓은 공원이었다.


공원 안에는 큰 축구장, 야외 공연장, 자전거 박물관, 레포츠 센터가 있었고 산책로도 잘 꾸며져 있었다.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산책로를 따라서 조깅을 하는 사람,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사람, 생활체육기구에서 몸을 풀거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또 유치원에서 야외 수업을 나왔는지 공원 중앙에 있는 분수대와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나비처럼 뛰 놀고 있었다. 공원 바로 옆으로는 초중고등학교가 붙어 있었고 주변에 마트나 편의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나 장사하기 좋은 공원이라니! 역시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내 도박은 성공이었다.



공원을 다 둘러보았을 때쯤 두 분의 공원관리과 담당자가 도착했다. 내가 타고 온 푸드트럭을 보더니 예쁘다며 공원에 잘 어울리겠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장사할 준비도 다 된 것 같아 보이니 모집 접수 기간이 마감되는 대로 계약을 하고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했다. 푸드트럭 존은 공원의 입구와 산책로 옆의 조그만 공터에 마련될 거라고 했다. 공원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위치였고, 놀이터를 가거나 축구장을 가려해도 반드시 푸드트럭 존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관리사무소와 화장실도 바로 옆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자리는 없어 보였다.


푸드트럭 존의 연간 사용료는 48,450원이었다. 전기는 사용할 수 없고 장소만 사용했을 때의 비용이었다. 뭐라더라, 공원관리과와 전기 담당 부서 사이에서 전기 사용에 대한 조율이 안돼서 전기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땐 계량기만 설치해서 사용하는 전력에 대한 비용을 납부하면 될 간단한 문제였지만 그들에겐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 이 꽉 막힌 관료조직이란. 아쉽긴 하지만 전기 사용 문제 외에는 모든 점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전기 지원이 안 되는 축제나 행사 참여를 위해 발전기를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트러블 없이 한시라도 빨리 계약을 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발전기를 돌리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줄 미처 몰랐다. 초반에 어떻게 해서든 전기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어리석었다.



공원 답사를 다녀온 며칠 후였다.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에 한시름 놓고 있었다. 앞으로 공원에서의 장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기획에만 열을 올리고 있던 중 공원관리과에서 연락이 왔다. 취약계층 자격으로 한 분이 더 푸드트럭 사업 지원을 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모집 마감 후에는 추첨을 통해 한 명의 사업자를 뽑게 되었다고 했다.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일인지...


당시만 해도 부천 내에서 푸드트럭을 준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줄 알았다. 푸드트럭 사업을 담당하는 시청 기획실에 모집 공고에 대해 문의했을 때도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고 했다. 소사국민체육센터도 지원자가 없어서 재공고를 내던 상황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다른 지원자가 생기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체육센터 자리도 포기하고 공원 모집 공고에 모든 걸 걸었는데.


이 기회를 잃으면 정말 모든 게 꼬여 버리고 마는 상황이었다. 가족에게도, 이제 곧 아내가 될 여자 친구에게도, 큰 부담을 안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 하나님이 내 믿음을 연단하시려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큰 산을 넘은 줄 알았는데 더 큰 산이 나타날 줄이야. 이제는 순탄하게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착잡해진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오정대공원 푸드트럭 사업자 추첨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50대 50의 확률의 추첨이기 때문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마냥 손 놓고 가만있을 수도 없어서 일단은 장사를 하기로 했다. 날이 좋아져서 이제는 노점 영업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노점 영업은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게 좋겠지만 민원도 걱정되고 이미 자리 잡은 분들이 있어서 쉽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가는 방법도 시도해봤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한참을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내가 사는 곳 근처의 아파트 후문과 작은 공원 사이에 있는 도로변을 노점 자리로 정하게 됐다. 주로 아파트 주민들의 출차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적한 장소였고, 과일 채소 트럭이나 중장년 여성의류를 파는 노점상이 좌판을 깔기도 하는 곳이었다. 요일과 시간대만 잘 정하면 기존 노점상들 틈에 나도 끼어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노점 영업을 하기로 한 바로 앞 도로 건너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3층짜리 상가빌딩이 있었다. 1층엔 슈퍼, 정육점, 치킨집, 피자가게, 카페가 있었기 때문에 상도덕 차원에서 음료 판매는 하지 않기로 했다. 축제에서 판매했던 오코노미야끼로 노점을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영업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 퇴근 시간에 맞춘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로 정했다.


밤 장사를 위해서는 조명이 필요했지만 발전기를 구매하기 전이어서 급한 대로 캠핑용 랜턴을 달고 푸드트럭의 실내를 밝혔다. 급조한 것 치고는 나름 분위기가 있었다. 장사를 시작하니 아파트 상가 사장님들도 아파트 주민들도 오코노미야끼가 생소했는지 흥미를 보이시고 구매도 하셨다. 퇴근길에 들르셨던 한 아저씨는 일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요리 아니냐며 반가워하시고 연신 맛있다는 감탄사로 드시고는 추가로 더 구매해서 포장도 해가셨다. 매출이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하루 일당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첫 주의 노점 영업을 무사히 마치고 새로운 한 주가 되어 네 번째 노점 영업을 하는 날이었다. 저녁 8시쯤 말끔한 반팔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 차림의 아저씨가 트럭으로 다가오셨다. 손님맞이용 미소를 장착하고 어서 오세요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아저씨는 공무원증을 꺼내 보여주더니 민원이 들어와서 나왔다고 했다. 이 시간에도 근무를 하는 건가 당황하기도 했고, 벌금을 내야 하는 건가 하고 겁이 났다.


“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정리하겠습니다.” 황급히 꼬리를 내리는 내 모습에 공무원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상가 쪽에서 민원이 들어온 것 같으니 여기서 장사하기 어려우실 거예요. 마무리하시고 들어가세요. 다음에 또 민원이 들어오면 민원 처리 결과를 알려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벌금도 부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쓰럽다는 듯 상가가 최대한 없는 쪽으로 자리를 잡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시고는 돌아가셨다.


공무원 아저씨의 친절한 마음이 고마웠다. 하지만 상가의 누군가가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건너편 상가 피자집 사장님도 이 자리에서 화덕피자 트럭으로 노점을 하다가 매장을 냈다고 들었다.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로 장사가 잘 된 것도 아닌데. 칫. 풀이 죽어 장사를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닥에 주저앉아 식어버린 남은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며 앞으로 노점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불법이기도 하고. 또다시 오늘처럼 마음 졸이며 장사하고 싶진 않았다.



노점 영업 실패로 풀이 죽어있었는데 다행히 곧바로 행사가 잡혔다. 이때 당시만 해도 사드 보복이 있기 전이라 씀씀이가 큰 유커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서울시에서 중국 중마이 그룹 임직원 8천 명의 여름 포상 휴가지로 서울 유치에 성공하며 잡힌 행사였다. 그래서 서울시 주최로 반포 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삼계탕 파티를 열고 행사장 옆에서 푸드트럭 존을 운영하게 되었다. 유커들에겐 삼계탕이 메인 식사이긴 했지만 만찬 전후로 전통문화 체험과 야외공연도 보며 자유롭게 푸드트럭을 이용할 수 있었고, 행사 후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추가 영업도 가능해서 매출을 내기엔 좋은 여건이었다.

출처 https://m.blog.naver.com/jbh93/220702947952


8천 명의 유커가 온다지만 지난번 벚꽃 축제에서 확인했듯이 내가 커버 가능한 인원은 하루 종일 장사를 해도 200인 분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래서 영업시간을 고려해서 이틀 동안 각 150인분의 판매 목표치를 정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예상했던 대로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고 이번엔 3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낼 수 있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 좋은 장사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됐어도 곧 있을 추첨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그다지 기쁘진 않았다. 행사 수입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매일 있는 행사가 아니면 결혼 비용을 준비하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집을 어서 알아봐야 하는데, 월세 보증금만이라도 어서 마련을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근심이 떠나지 않았다. 차라리 공원 모집 공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저 열심히 행사와 축제에 다닐 생각에만 빠져 있었을 텐데. 으아, 이번 공원 영업 계약은 반드시 따내야 한다.



이제 추첨일까지는 D - 2.

제발.

당첨되게  주세요.



유튜브 푸드트럭 창업수업 

0교시  https://youtu.be/usNIaGcWBIs​​​

1교시  https://youtu.be/oVhexa8Agh8​​​

2교시  https://youtu.be/1Sts9SYiUyQ​​

3교시  https://youtu.be/Mpb97gPV0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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