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니 마쿤 Nov 06. 2019

EP 17. 일요일은 쉽니다.

푸드트럭 마쿤키친카페

‘일요일은 쉽니다.’


매주 토요일, 퇴근을 준비할 때면 ‘일요일은 쉽니다’라는 안내장을 트럭에 붙이고 퇴근을 했다. 일요일엔 교회도 가야 하고 아내와 밀린 데이트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회사를 다니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였고 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장사를 하고 있어서 평일엔 함께 데이트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과 오후 예배를 드리고 난 오후 3시 무렵부터 갖게 되는 데이트 시간은 우리가 일주일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전직 전도사가 돈을 벌겠다고 일요일에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평일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기 때문에 평일 매출의 3 ~ 4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고, 그래서 일요일 매출을 포기하는 게 한편으론 아깝다는 마음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종교적인 관습(?) 때문이랄까, 딱히 일요일 장사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일주일 중 하루는 쉬어야 했고, 예배를 드리는 우리 부부의 스케줄과 더불어 조금 긴 시간의 데이트도 할 수 있는 날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일요일 휴무는 나로서는 고민할 것 없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일요일은 쉽니다’는 스케줄로 장사를 하고 있었을 때 종종 손님들이 물었다. “왜 사람들 많이 나오는 일요일에 문을 안 열어요?” “사장님 돈 많아요?” “다른 곳에도 가게를 갖고 계세요? 아니면 월급을 받고 장사하는 건가요?” 손님들은 일요일 장사를 하지 않는 날 보며 돈 벌 생각이 없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에 이런 질문을 받게 됐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나도 하루는 쉬어야지요. 돈은 내가 못 버는 거지 손님이 못 버는 건가요.’하는 조금은 짜증 섞인 생각. 그리고 또 하나는 ‘나는 신앙을 위해서 돈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라는 종교적 자기만족.


그래서 손님의 질문에 “일요일엔 교회를 가거든요. 토요일까지 버는 걸로도 충분합니다.”라고 의기양양하게 대답을 했다. 실제로도 토요일까지 버는 수입으로 먹고살기에 충분했다. ‘많이’ 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공원에서의 월평균 매출은 500만 원 정도였고 순수익은 50% 가까이 됐다. 아내의 월급이 내 수입보다는 많았지만 나로서도 내 몫을 다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토요일까지 버는 걸로도 우리에겐 충분한 수입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봄, 여름, 가을 뒤엔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겨울은 푸드트럭 비수기라는 것을 말이다. 지난겨울을 날 때도 그 고생을 했으면서... 아이구.


11월 중순이 지나면서 공원에는 산책이나 나들이 나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12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저녁 운동 나오는 사람들이 손님이 되어주기는 했지만 일당 수준에도 못 미치는 벌이였다. 학생들이 방학을 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어묵이랑 붕어빵을 팔면서 겨울을 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없으니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시 예술의 전당 아이스링크에 들어가 비싼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장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번 겨울엔 그런 기회도 나지 않았다. 결국 봄이 올 때까지 장사를 접기로 했다.







‘일요일도 영업합니다’


날이 풀려서 사람들이 공원을 다시 찾기 시작한 2월 중순 무렵에 장사를 재개했다. 만 2개월 남짓을 쉬었지만 11월부터 매출이 줄어든 걸 고려하면 거의 3개월 동안 벌이가 없던 셈이다. 알바도 하고 케이터링 몇 건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겨우 입에 풀칠하는 수준이었다. 더 이상 의기양양하게 ‘일요일은 쉽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일요일도 영업합니다’라는 안내장을 내 마음에 붙이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일요일 오전 11시 예배만 드리고 오후 1시부터는 장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가능하다면 일요일 장사는 하고 싶지 않았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에겐 일요일(안식일)에 쉬지(안식 하지) 않고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게 신앙심을 평가하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일요일에 장사를 해? 신앙심이 좋지 않은 사람이군. 하나님이 채우실 것이란 것을 믿지 못하는 믿음 없는 사람이네’하는 정도의 인식이랄까.


어려서부터 보수적인 가르침을 받고 자라온 나도 이십 대 초반까지는 그런 인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그랬던 적도 있었다. 신학을 공부하고 안식일과 예배에 대한 의미를 깊이 배우면서 그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종교적 관습(?)이란 게 남아있기는 했다. 괜히 일요일에 교회에 안 가면 찜찜하고 그런 거 말이다(비종교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일 수 있겠다). 게다가 나는 일요일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에서 할 일(?)이 있던 전직 전도사여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종교적 관습 때문에 찜찜한 건 큰 이유는 아니었다. 오전 11시에 교회를 가고 안 가고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주저리 여러 이유들을 말하면서 나온 하나의 예일뿐, 내가 정말 일요일 장사를 하고 싶지 않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살아가면서 돈에 연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돈은 도구와 수단으로써 다뤄져야 유용한 것이지, 한 사람의 일상과 삶을 견인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먹고사는 문제에 함몰되지 않고 내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위해 기꺼이 일요일 매출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일요일에 돈을 버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선택하고 싶었던 거다. 그 가치가 내게는 예배였고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내가 일요일 영업을 결정했다. 돈에 연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먹고사는 문제로 일요일 매출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돈은 더 이상 내게 도구나 수단이 아니었다. 내 일상과 삶을 견인해가는 주요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교회에서의 시간을 줄이고 아내와의 소중한 시간을 줄이게 됐다. 원치 않던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일요일에도 장사를 하자!


이 결정은 그동안 내가 지켜오던 신념과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데서 오는 패배감을 안겨주며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후회를 하거나 아쉬움을 갖지는 않았다. 필요한 결정이었으니까. 그러니 잘한 거다. 내 신념을 지키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 됐으니까. 그러니 후회할 필요 없는 일이다. 그 돈은 우리 부부의 한 달의 생활비가 되고 학자금과 창업자금 대출 상환 금액이 된다. 그 돈을 벌어야 남편으로서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도 내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겠습니다.




유튜브 푸드트럭 창업수업 

0교시  https://youtu.be/usNIaGcWBIs​​​

1교시  https://youtu.be/oVhexa8Agh8​​​

2교시  https://youtu.be/1Sts9SYiUyQ​​

3교시  https://youtu.be/Mpb97gPV03w​​



이전 16화 EP 16. 나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