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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othing Sep 02. 2022

나는 바람이 되어

초단편 소설

속사포로 쏟아지는 말들에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어안이 벙벙하다. 이렇게 말을 빨리할 수 있었단 말이야? 남들보다 1.5배는 느리게 살아가던 너의 다급함에 왠지 모를 기특함이 느껴졌다. 저 정도면 쇼미 더 머니 다음 시즌을 기약해봐도 될 정도다.


한껏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기염을 토해내는 너의 말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꽉 쥔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상기된 두 뺨엔 기어코 투명한 눈물이 자국을 내며 길을 만들고 있다. 원망의 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네 얘기가 비수가 되어 꽂힌다.


한평생을 이방인이라 생각하며 외롭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조각난 네 언어는 모두 날 향하고 있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있지도 않은 심장에 꽂혀 생채기를 낸 듯 시큰하다. 너와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미 형체가 없는 나는 바람이 되어 네 뺨에 내려앉은 눈물을 훔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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