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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othing Sep 05. 2022

괴물

초단편 소설

"그렇게 하면 제대로 죽겠어?"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치켜뜬 눈으로 날 바라보던 케이는 이내 손을 털고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그의 딱딱한 군화가 대리석 바닥에 닿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내 밑에 깔려 바르작거리는 남자를 쳐다봤다. 손아귀에 힘을 줘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목울대를 꾹 누르니 벌겋게 충혈된 눈이 곧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 같았다.

"너 이런 거 즐기는 타입이야?"
"뭐?"

나는 내 몸무게까지 실어 남자의 목을 세게 짓눌렀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끔찍하기보다는 그 모양새가 꽤 웃겼다. 케이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욕지거리를 짓씹는 걸 봐서는 아마도 내가 웃고 있나 보다. 결론적으로는 어차피 케이나 나나 사람을 죽인다는 건 똑같지 않은가. 답지 않게 고결한 척을 하는 케이가 못마땅했다. 나는 곧 숨이 넘어갈랑말랑하는 남자의 목을 놓고 뒤로 물러나 양손을 어깨 높이로 들었다.

"더 이상 못 하겠어. 끈질기게 죽지도 않네"
"진짜 미친 새끼구나, 너"

케이는 총을 들어 남자의 머리통에 겨누고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쐈다. 시뻘건 피가 사방에 튀었다. 가까이 있던 케이의 온몸이 빨갛게 물들었다. 내 손은 깨끗했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과연 내가 괴물일까 케이가 괴물일까? 끝이 보이지 않은 전쟁통에서 나는 아직도 단 한 사람도 죽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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