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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레카 권 Jul 06. 2020

꽃을 받을 용기

꽃을 선물 받는다는 건 꽃의 생애를 함께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꽃을 선물 받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말이다.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순간으로 내게 온 꽃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지금 너의 아름다운 모습, 오래도록 지켜줄게." 하고...

 

매일 물을 갈아주고, 영양을 챙겨주고, 온도와 햇살, 그리고 바람을 맞혀준다.

다정한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품에 안으면 영원히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꽃은

그래서 사랑과 닮았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서 아름다움의 절정을 붙잡아두려 해도

꽃은 여지없이 서서히 시들어간다.


여리한 분홍빛이 누렇게 바래고, 생기 있던 잎사귀는 시들하게 처진다.

화병 아래로 꽃잎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려앉는다.


환상 같은 콩깍지가 한 올, 한 올 벗겨지듯이...



화려한 순간뿐만 아니라

초라해지는 시간까지 함께 해야 하기에


꽃을 선물 받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생애를 오롯이 받아들일 용기 말이다.





꽃을 받을 용기 ; 꽃을 선물 받는다는 건 꽃의 생애를 함께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창문 너머 불어오는 미풍에 수줍게 살랑이는 꽃잎의 춤사위는

강아지의 격한 꼬리짓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은은하게 묻어나는 꽃의 향기는

온기 가득한 강아지의 숨결처럼 지친 나를 위로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누군가는 반려식물을 키운다.

우리는 모두 사랑과 위로를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갈 동무가 필요하기에...



뿌리가 있는 식물은 여건에 따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지만

줄기를 꺾어 다발로 엮은 꽃은 동무로 함께 지낼 시간이 더 짧다. 애초부터 시한부 만남이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열정적이다.


꽃잎이 떨어져 나간 빈자리를 보며 함께 마음 아파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더 이상 물조차 빨아들일 기운이 없어 말라가듯 숨을 멎는 순간이 끝내는 찾아온다.


물을 갈아주고 영양을 부어주던 내 손으로

호흡을 멈춘 꽃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하는 순간이 기어코 찾아온다.



그래서

꽃을 선물 받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뭐든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화병이 조금씩 비어갈 때 나는

꽃을 내게 전해준 누군가의 마음을 채워넣는다.

  

나에게 예쁜 꽃으로 애정과 위로를 전해준

꽃 같은 이의 마음을 내 마음밭에 가득 심는다.


다정한 마음꽃이 내 마음에 활짝 피어나도록...



꽃을 선물 받는다는 건 꽃의 생애를 함께 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굳은 내 마음을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갈아엎어 꽃밭으로 가꿀 수 있 고마운 일이다.





꽃을 선물 받는다는 건 굳은 내 마음을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갈아엎어 꽃밭으로 가꾸는 고마운 일
















2020. 7. 1.  

꽃 같은 이의 다정한 마음 덕분에

2020년의 절반을 꽃같이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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