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를 읽고
한 편의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했던 결혼생활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과 똑같았음을 알게 되었듯이,
18 페이지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에서
심장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져서 그걸 몸에 지니고는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내 심장은 내 첫사랑에게 수천 가지 애착을 소중히 품고 있었다.
85페이지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에서
침대는 독서, 생각,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여기는 내 방이다.
144페이지 <방>에서
아마도 우리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기다린 게 아닌가 보죠.
269페이지 <20년>에서
이런 것이 인생이었다.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 해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
283페이지 <19호실로 가다>에서
뭔가를 이해한다면 그것을 용서할 수는 없다.
용서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하는 것이다.
284페이지 <19호실로 가다>에서
수전은 그 시간 동안 가정의 중심에서 자기만의 삶이 있는 여성으로 서서히 해방될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2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뿌리로 삼아 꽃을 피울 것이다.
288페이지 <19호실로 가다>에서
수전은 시간의 압박으로부터, 잊지 말고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단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녀는 결코 무아의 경지에 빠질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잊고 자신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296페이지 <19호실로 가다>에서
식구들과 파크스 부인은 이곳이 '엄마의 방'이며,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매슈와 아이들은 엄마가 해주는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진지한 대화를 여러 번 나눴다.
300페이지 <19호실로 가다>에서
<19호실에 가다>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196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삼아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 유럽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당시 가장 큰 이슈였던 여성해방운동, 즉 페미니즘의 특징도 잘 구현하고 있다.
단편집 <19호실에 가다>를 아우르는 이 글의 부제는 '성, 자유 그리고 불안'이다.
레싱의 단편소설들은 얼핏 보면 출구가 없는 듯 암울해 보이지만, 실상 레싱은 불안증, 정신분열을 포함한 신경쇠약, 즉 '브레이크다운'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자신의 무의식 속 깊은 곳에 있는 적과 대면한 후에야 자신의 치유에 이를 수 있고 이 과정을 겪은 사람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남들까지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레싱의 소설은 현실의 문제들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유의 씨앗을 품고 있다.
도리스 레싱의 1960년대 단편소설: 성, 자유 그리고 불안 <작품해설: 민경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