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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Mar 28. 2024

88일째의 행진, 봄과 함께 피다!

그로로팟 3기 활동기

꽃망울이 맺힌 지 2주째 금어초(브니엘)가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 곧 피어요.”

꽃망울을 처음 생전 처음 본 양, 코로 냄새도 맡아보고, 손가락으로 어루만져 본다.

세상에 많은 꽃망울을 만났지만, 내가 피워낸 꽃망울은 처음이기에.

지난 꽃망울 이야기 이후, 분갈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분갈이 정보지에서 ‘개화’ 전 분갈이를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분갈이해도 돼. 넓은 화분에 심어야 점점 키가 크지.”

“아니야, 지금 분갈이했다가, 식물이 새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아 ‘개화’를 못하면 어떡해.

조금 참고 꽃이 피고 나면 ‘분갈이’하자.”

둘 다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다.

리스크를 안고 분갈이하기 시작했다. 이게 좀 더 나답다. 꽃이 피고 나면 오래간다는 이야기를 가이드에서 본 적이 있었다. 큰 화분에서 오래 꽃을 피워내는 상상을 하니 흐뭇했다.

   

지난 성탄절 포인세티아를 주문하고 받은 식물 가이드가 있다. 보물 지도처럼 지니면서, 분갈이 때도 여러 번 읽었다. 관련된 책을 한 권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에서 분갈이 쇼핑을 시작했다. 배수층이 되어줄 ‘마사토’, ‘상토흙’ 외계어 같던 가드닝 용어를 자연스럽게 내뱉는 나. 초보 식집사에서 초보 빼도 될까 ^^ 토요일 오전 새집 지어줄 준비를 마쳤다.

쑥쑥 자라고 있는 제라늄, 포인세티아도 새집으로 이사했다. 연말까지 우리 집 분위기 요정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포인세티아 분갈이 후
핀토 라벤더 분갈이 후

분갈이 후 이틀, 삼일이 지나 혹시 어떤 변화가 없을까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88일째 마라톤을 뛰어오더니 청아하게 꽃을 피워내는 브니엘(금어초).

처음엔 노란색 봉오리를 보여서, 브니엘 금어초 DNA는 노란색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봉오리가 벌어지면서 점차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흔하게 볼 수 없는 색감에 마음 역시 주홍빛으로 물들어갔다.

첫 발아의 설렘을 안겨준 금어초가 개화의 꿈도 이루어 주었다.

작년 12월 23일에 시작된 초록초록한 발걸음이 꽃에 도달했다. 그 길에 만난 식집사님들의 토닥임이 브니엘에 큰 힘을 준 것 같다.

봄이 오는 종소리를 울리는 작은 꽃망울.

종소리가 널리 울려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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