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 Milano ②
밀라노, 이틀간의 향연 Due giorni di gastronomia feste a Milano
둘째 날 _ 아이모 에 나디아 il Luogo di Aimo e Nadia
이탈리아의 No.1 도시답게 밀라노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일대 격전지이기도 하다. 엔리코 바르톨로니, 카를로 크라코, 니코 로미토, 안드레아 베르통, 클라우디오 사들러, 비비아나 바레제, 안토니오 귀다, 안드레아 아프레아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 셰프들이 모두들 이 도시에서 어깨를 맞대며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미슐랭 가이드나 감베로 로쏘 등 파인 다이닝 가이드북에 등재된 레스토랑의 리스트가 매년 절반 이상씩 극심하게 변동되는 곳도 밀라노가 유일하다. 어쩌면 이곳은 이탈리아라기보다는 작은 뉴욕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파인 다이닝 중에서도 단 한 곳을 꼽으라면, 그러니까 기왕에 밀라노를 찾아 이 도시에서 경험 가능한 '가장 밀라노다운' 미식 향연을 즐기고 싶다면, 나는 '아이모 에 나디아(il luogo di Aimo e Nadia)'를 이야기할 것이다.
'아이모와 나디아'는 창업주인 선대 부부의 이름이기도 하다. 두 분이 밀라노 미식계에 확고한 자리를 잡고 돌아가신 후 레스토랑의 경영은 그들의 딸이, 주방은 두 명의 재능 있는 셰프 알레산드로 네그리니와 파비오 피사니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있다.
아이모 에 나디아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밀라노적 엘레간차(Eleganza) 즉, 우아함이다. 밀라노라는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 미감, 밀라네제들의 삶의 철학을 가장 성공적으로 담아낸 곳이 바로 이 레스토랑일 것이다. 이는 'Definitive refine' 혹은 지극히 세련된 모더니즘으로도 설명하고 정의할 수 있는데, 카메리에레들의 매너와 동선, 식당의 조명과 분위기 등도 복잡한 장식미를 걷어내고 수직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되 사실은 그 속에 극도의 디테일이 이미 숨어 있는, 그야말로 밀라노적인 무드 그 자체를 보여준다.
아이모 에 나디아의 대표 요리는 새우 스파게토니(Spaghettoni Gerardo di Nola con riduzione di crostacei, gamberi ‘viola’ marinati alla maggiorana)로, 남부 이탈리아와 북부의 스타일이 절묘하게 믹스된 한 접시다.
나폴리의 게라르도 디 놀라가 생산한 짭조름한 스파게토니면에, 여러 종류의 갑각류를 뭉근히 오래 끓여 조려낸 섬세하고 고급진 풍미의 비스크 소스가 깔린다. 그 위에 깊은 바다에서 잡아 올린 최고급 새우 Gambero viola를 마조람에 졸여 얹어내면 완성이다. 방자한 남부 이탈리아의 뜨거운 혈기가 북부 밀라노의 깍듯한 세련미와 만나 지극히 아름다운 형태로 어우러져 있다.
사방으로 방사되는 마조람 향이 진하고 달큼한 새우의 풍미와 어우러져 먹기 전부터 이미 눈과 귀, 머리, 코와 침샘 모두를 자극한다. 가파르게 깎아낸 대리석 조각처럼 샤프한 모양새로 서빙되는 이 한 접시의 면 요리는 감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해물 파스타 가운데서도 가장 우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원래는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역할을 하던 요리였으나, 최근 두 셰프가 각자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두 가지 코스 요리로 전체 메뉴를 재편하면서 본점의 리스트에서는 사라졌다. 대신 라 스칼라 오페라 앞에 있는 시내 지점인 보체(Voce)에서는 아직도 맛볼 수가 있다. 본점이 6구(Zona 6)에 있어 은근히 찾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오페라를 보거나 하루 이틀 정도의 도심 여행을 위해 밀라노를 찾은 사람들은 대문호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생가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에서 미식을 즐겨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오페라를 보러 여러 번 밀라노를 찾곤 했다. 언제나 리조토와 코톨레타를 하나의 작은 의식처럼 먹어왔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그게 꼭 필요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라노에서 진짜로 먹고 마시고 느껴야 할 미식 경험은 반드시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만들어진 전통 요리라기보다는, 사실 이 도시의 현재를 대표하는 - 역동적이고 강인하며, 날이 선 세련미와 빛나는 윤택함으로 가득한 밀라노만의 '엘레간티시모'한 파인 다이닝이었다. 새로움과 창의성이라는 그 뜨거운 존재감을 착 가라앉은 도시적 미학으로 유려하게 마무리 지은 고혹적인 세련미의 요리들이 오늘도 아이모 에 나디아의 키친에서 전 세계인들과 만나고 있다. 아 참, 여기는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도 서빙된다.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역시나 국제적인 밀라노만의 메뉴다.
셰프 알레산드로 네그리니는 북부 롬바르디아 태생, 파비오 피사니는 남부 풀리아 출신이다. 성향은 지역색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네그리니가 과감하고 모험적이며, 피사니는 정밀하고 엄격한 디테일을 중시한다고 한다. 두 사람은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달 페스카토레 Dal Pescatore>의 주방에서 처음 만나 의기투합했다. 이곳은 롬바르디아의 산간벽지에 위치한 이탈리아 미식의 전설적인 성지이며, 다음 주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