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요리의 시인

- 밀라노 Milano ①

by 황지원

밀라노, 이틀간의 향연 Due giorni di gastronomia feste a Milano


첫째 날 _ 라타나 Ristorante Ratana


밀라노를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샤프란을 뿌려 황금빛을 띠는 리조토 알라 밀라네제(Risotto alla Milanese, 밀라노식 리조토)나 송아지 정강이 살을 푹 끓여낸 깊고 뭉근한 오소부코(Ossobuco), 밀라노식 커틀릿으로 라이벌인 비너 슈니첼보다 좀 더 '뚜렷한' 느낌을 주는 코톨레타(Cotoletta) 등이 첫 손에 꼽힌다.

지역 전통음식이니만큼 클래식한 분위기의 로컬 트라토리아에서 즐기는 게 제격인데, 이 경우 가리발디 역 인근의 델라 페사(Antica Trattoria della Pesa)도 좋고, 관광지와의 연계 같은 건 아예 고려하지 않고 오직 미식 순례만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누오보 마첼로(Trattoria del Nuovo Macello)도 강력한 옵션 중 하나일 것이다. 두 곳 다 노포(老鋪)가 지닌 특유의 미덕과 장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요즘은, 라타나에 다니는 편이다. 이곳은 담백하고 모던한 분위기에서 클래식한 정통 밀라노 음식과 보다 현대적인 감각의 파인 다이닝급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재료에 대한 까다로운 감식안, 감각적인 세련미, 역사에 기반한 전통성 등이 황홀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1971년생의 순도 100% 밀라네제(밀라노 사람)인 셰프 체사레 바티스티(Cesare Battisti) 덕분이다.

(라타나의 메뉴판에 소개된 이탈리아 각지의 소규모 생산업자들. 피에몬테의 명품인 파쏘나 소고기, 이탈리아 최고급 수제 초콜릿인 토리노의 귀도 곱비노에서부터 시칠리아 칼타니세타의 고대 곡물까지. 장인정신으로 기르고 키워낸 신선하고 올바르며 귀한 식재료들이 세련미 넘치는 요리사들의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솜씨들과 만나 환상적인 요리로 태어난다.)


라타나의 시그니쳐는 밀라노식 리조토(Risotto alla vecchia Milano)다. 파비아 평원의 그로펠로 카이올리 마을에서 재배한 최고급 카르나놀리(Carnaroli) 쌀을 깊고 진한 풍미의 육수로 익혀낸다. 거기에 버터를 잔뜩 사용해 밀라노 스타일의 녹진한 풍미를 연출하는데, 현대적인 감각의 글래머러스함과 고전 밀라노 요리 특유의 기품이 절묘한 균형감을 이루며 연신 매혹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피에몬테나 베네토 지방의 리조토가 '알 론다'(All'onda, 물결치듯이)라고 해서 접시 위에서 쌀알이 물결치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걸 강조한다면, 밀라노식 리조토는 이탈리아 왕국 시절의 기병대 장교처럼 보다 빳빳한 형태로 각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밀라노 그랜드 호텔(Grand hotel et de Milan)의 역사적인 레스토랑인 '돈 카를로스'에서 서빙되는 밀라노식 리조토가 가장 오소독스한 스타일로 유명한데, 쌀알이 하나씩 오돌토돌하게 존재감을 자랑하는 특유의 식감과 샤프란과 버터의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사용으로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품위를 보여준다. 라타나는 여기에 더욱 풍성한 감각을 더한 것으로, 넘실대는 황금빛 관능의 자태를 지닌 그 요리는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이탈리아 사람들은 물론이고 리조토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매혹적인 농밀함을 지니고 있다.


리조토 외에는 다음을 추천한다.

• 몬데길리(Mondeghili) : 밀라노식 미트볼인데, 요즘에는 밀라노에서도 만드는 식당이 의외로 많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도전해 보자.


• 파쏘나 육회(Carpaccio di fassona) : 파쏘나는 피에몬테가 자랑하는 소 품종이다. 피에몬테의 토리노나 알바 등지에서 먹으면 더욱 의미가 있겠지만, 그곳까지 찾아가기가 힘들다면 라타나에서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타르타르(Tartare di fassona piemontese)로도 판매한다.


• 코톨레타(La cotoletta di vitello rosata alla milanese) : 예전만 해도 2-3일 전에 전화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던 것을 최근 상시 메뉴로 리스트업 하였다. 입 안 전체를 휘젓는 기름지고 꽉 찬 풍미는 압권이다.


• 의외로 해산물 요리도 이 식당의 스페셜티인데, 송어 등 민물고기 시리즈가 유명하다.



"체사레 바티스티는 요리의 시인이다. 천재적인 감각은 전통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밀라노의 요리를 확신에 찬 방식으로 해석한다." - Gambero Ro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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