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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6 꿈결같이 왔다가 줘서 고마워.

연락 없이 친정을 다녀왔다

by 다올

제천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시켜놓고 남편을 기다렸다. 늦은 시간이라 매장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꼬마와 엄마, 아빠 한 팀 그리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 그리고 나 이렇게 세 팀이었다. 오랬만에 햄버거를 시켰는데 솔직히 너무 맛이 없었다. 옆 테이블 여학생 둘은 나보다 늦게 왔는데 햄버거를 먹는 내내

"맛있다." "진짜 맛있다." "그렇지." 한다. 어떤 햄버거를 먹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내 것은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에. 한 시간 남짓 기다리며 노트북을 켜고 주식강의를 들었다.


핸드폰의 벨이 울린다. 남편이다.

우리는 어두운 길을 따라 친정으로 향했다. 친정집은 외딴집이다. 그래서 가는 길에 집들도 거의 없다. 좁은 국도를 따라 30분쯤 차를 달려 집에 도착했다. 우리를 먼저 반긴 것은 진돗개 단이이다. 일부러 차에서 내리지 않고 엄마가 나오시기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9시가 되시면 주무신다. 엄마는 늦도록 책을 읽으시느라 늦게 주무신다.

현관의 불이 켜시고 엄마가 나오신다. 단이가 짖는 소리에 나오셨을 것이다.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신다.


저녁을 먹었냐는 물음에 남편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나는 햄버거를 먹을 터라 배가 고프지 않았다.

11시가 다 된 시간에 남편은 엄마가 차려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친정집은 그냥 편하다. 집이 좁건 넓건 춥건 덥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마음이 푸근해진다.

단양의 겨울은 몹시 춥다. 얼마 전에도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갔다고 한다. 오랜만에 친정을 방문한 우리를 위하기라도 하듯 하루 내 봄날씨였다. 곳곳에 눈이 쌓여있지만 날씨가 포근하였다.

나는 거실에서 책을 보다 핸드폰을 보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엄마와 제천 시장에 간다며 같이 가자고 했는데 장모와 사위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내라며 나는 빠졌다. 남편이 잡채를 좋아한다며 장을 봐오셨다. 한무를 듬뿍 넣고 소고기 뭇국이랑 잡채를 하셨다.


잡채를 하려면 당면이 있어야 하는데 엄마는 당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 하셨다. 한참을 찾아 헤맨 뒤에 찾을 수 있었다. 잡채를 하려면 당면부터 손질을 해야 하는데 엄마는 야채부터 손질을 하셨다. 뒤늦게 당면을 익히느라 애를 먹으셨다. 엄마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잡채는 맛이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의 반찬과 김치에 밥을 맛있게 먹었다.


단양에서 집까지 가려면 족히 7시간은 걸린다. 우리는 아쉽지만 친정집을 나서야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설에 찾아뵙겠다고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고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다되었다.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다. 통화 끝에

"소식도 없이 꿈결같이 왔다가 줘서 고마워."

라고 하신다. 그 말이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자주 찾아뵙고 싶지만 멀다는 핑계로 자주 못 간다. 언제 또 한 번 꿈결같이 친정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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