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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가 그치면 봄도 가겠지

출근길에 만나는 벚꽃길

by 다올


날씨가 좋지 않다. 아침부터 꾸물꾸물 하늘이 무겁다. 오늘 내내 이 정도 날씨만 유지해 주길 바라면서 출근을 서둘렀다.


팔금도에서 안좌도로 가려면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한다. 신안에서 제일 먼저 생긴 다리라고 이름이 ‘신안 1교’이다. 80년대에 건설된 다리라 하니 벌써 40년이 넘은 다리다.

다리의 가운데 부분이 살짝 올라가 있는데 아마 다리 아래로 큰 배들이 지나다녀서 그런 것 같다. 다리가 생기고 안좌면 사람들과 팔금면 사람들이 몇 날 며칠을 다리 위에서 술을 마시며 축체를 즐겼다고 한다.

팔금면은 고등학교가 없어서 안좌도에 있는 안좌고로 통학을 했는데 배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해서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하면 학교를 갈 수 없었다고 한다.


오래전에 생긴 다리다 보니 폭이 좁다. 천사대교 개통 이후 관광차가 많이 들어와 두대의 관광차가 마주 보고 오게 되면 아슬아슬하다. 출근길에 반대 차편에서 관광차나 큰 트럭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차를 바짝 붙이게 된다. 그렇게 살짝 휜 다리를 건너면 양쪽으로 제법 굵은 벚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3월 말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길이 왕복 2차선이다 보니 길이 좁다. 다리를 건너면 내리막길인데 그렇다 보니 자연 속도가 올라간다. 그렇게 속도가 붙은 차가 휙 달리다 보면 연분홍 꽃잎들이 그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다.

꽃 비다.

분홍빛 꽃 비.

꽃 길은 안좌면 읍동 직전까지 연결된다. 날씨가 좋을 땐 며칠 만에 확 핀다. 하루 햇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 출근길에 보았던 꽃의 양과 퇴근길에 핀 꽃들의 크기가 다르다.


어떤 봄날은 참 아쉬운 맘이 들기도 한다. 한창 벚꽃이 피는 시절에 비라도 내리면 무참히 꽃잎들이 떨어진다. 하룻밤새 모든 꽃들이 다 질 때도 있다. 나는 한참 봄맞이 중인데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 날은 왠지 봄날이 다 간 것 같아 아쉽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라는 노래가사처럼 그렇게 봄날이 간다. 오늘 비가 내린다면 그러게 꽃잎은 지리라.


집에서 퍼플교까지는 20분 정도 걸리는데 봄날 출근길이 제일 좋다. 벚꽃이 피는 시간이 오기 전에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이있다. 신안 1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매화나무가 있는데 개화가 유난히 빠르다. 안좌에서 가장 양지바른 곳인가 싶다. 다른 매화는 필 준비도 안되었는데 혼자 하얀 매화를 피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다리를 건너며 봄을 알고 다리를 건너며 봄이 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봄날은 그렇게 봄의 한가운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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