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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이 넘치듯 손님도 넘칠꺼야

호떡 반죽이 넘쳤다

by 다올

아이쿠야 매일이 사건사고다. 어제도 열 두시가 넘도록 반죽을 열심히 저어 찰기 있게 만드느라 내 손목이 연일 고생이다. 늘 그랬듯이 자다 깨다 하며 반죽을 살피고 또 저어서 반죽을 죽인다. 보통 두세 번 이런 과정을 날마다 거친다.


주말에는 손님이 평일보다 두 배 정도 된다. 금, 토요일 밤엔 반죽을 더 많이 해야 하여서 신경이 쓰인다. 길이가 긴 통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한다. 그래서 매일 밤이 조마조마하다. 드디어 염려하던 사태가 발생했다. 반죽이 넘은 것이다. 꽉꽉 닫아놓은 뚜껑도 반죽의 힘엔 속수무책이다. 새벽에 한 번 더 저어놓고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이불을 들췄더니 분홍 반죽이 넘쳐흘러있었다. 이불에도 묻고 바닥에도 묻고 마치 잔뜩 취해 토사광란을 한 모습이었다.

서둘러 조치를 취한다. 반죽을 떼는 비법이 있다. 반죽이 잘 되었을수록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단 반죽을 손에 잡고 다른 반죽에 뽀뽀를 해준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흔적도 없이 찰싹 달라붙는다. 돌돌이(먼지를 떼어내는 청소도구)에 머리카락이랑 먼지가 착착 붙는 것처럼 반죽끼리 붙는다. 하지만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반죽은 잘 떼어지지 않는다. 대충 반죽을 떼어 정리하고 잘잘하게 붙어있는 반죽들을 마저 치웠다.


반죽이 넘친 것처럼 손님이 넘쳐나길 바라며 푸드트럭을 향해 간다. 오늘도 백미러를 보며 외친다.

“나는 오늘 호떡을 백만 원 팔았다!”

“나는 오늘 호떡을 백만 원 팔았다!”

“나는 오늘 호떡을 백만 원 팔았다!”

“나는 오늘 호떡을 백만 원 팔았다!”

“나는 오늘 호떡을 백만 원 팔았다!”

……

오늘도 끌어당김의 법칙의 힘을 빌어본다. 말한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어본다


내달리는 차창 밖으로 연분홍 벚꽃 잎이 흩날린다. 왠지 조짐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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