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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래해야 돼요?

농담과 진담사이

by 다올

호떡은 아무래도 뜨겁다.

달궈진 철판에 200도 가까이 되는 기름에 익어 나온 호떡은 뜨거운 것이 당연하다.

특히 밀가루 반죽 속 녹은 설탕물(우리가 꿀이라 부르는)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겁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살림을 도왔다. 아롭 살에 처음으로 밥을 지었다. 곤로에 지은 밥은 삼층밥이 되었다. 육 학년 때 첫 김칠르 담갔다. 삼사 학년 때부터는 간식(부침개. 튀김. 떡볶이등)도 만들어 동생들과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종종 집을 비우시는 엄마를 대신해 도시락을 세 개씩 싸야 했다.


그래서일까? 나의 손은 뜨거운 것을 느끼는 것에 좀 무딘 편이다. 단련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아주 뜨거운 솥이나 냄비가 아니면 맨 손으로도 잘 잡는다. 이 실력은 호떡을 굽는데도 발휘가 된다.

호떡을 만들어 기름이 지글지글하는 철판에 올려서 호떡을 구울 때 호떡을 맨 손(라텍스 장갑을 끼었음)으로 만진다. 가끔 손님들이 안 뜨겁냐면서 걱정을 해주신다.


호떡을 구워 종이컵에 넣어드리면서 꼭 하는 말이

"노래 한 곡 꼭 하고 드세요."

"왜요? 진짜 노래해야 해요?"

"손님의 입은 소중하니까요. 하하하."


내 말뜻을 바로 알아채고 장난스레 노래를 불거나 대신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앗 뜨거워 뜨거워 앗 뜨거워 뜨거워~"

하고 노래를 불러드린다.

"나 노래 못하는대요? 그냥 먹으면 안돼요?"

간혹 이렇게 말씀하는 손님에게는

'그럼, 숫자를 백까지 세세요."

"백까지 못 세는데요?"

"그럼 열까지 열 번 세고 드세요.ㅎㅎㅎ"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호떡 하나에 주고받는 말 한마디로 웃을 수 있는 관계.

호떡을 팔면서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라고 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오늘도 큰 소리로 외쳐본다.

"호떡 드세요, 보라 호떡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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