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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호떡과 초록 호떡

호떡도 창의 있게

by 다올

창의성은 인생 전반에 걸쳐 꼭 필요한 것이다. 내가 보라 호떡을 생각해 낸 것도 나름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다. 보라 호떡을 구우면서 다른 여러 가지 색의 호떡을 함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미 녹차 호떡 옥수수호떡등 나름 색을 낸 호떡이 판매되고 있다.


나는 이미 나와 있는 호떡 말고 어떤 것을 넣으면 다른 색의 호떡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색도 이쁘고 이와이면 건강한 재료의 호떡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을 한 결과 나는 쑥 호떡을 생각해 냈다. 나는 떡을 좋아하는데 특히 쑥떡을 좋아한다. 호떡 반죽에도 쑥을 넣으면 어떨까? 쑥은 섬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커다란 비닐봉지와 칼을 챙겨 들고 차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바닷가 언덕에 가서 쑥을 뜯었다. 쑥을 다듬고 데쳐서 초록색이 더 진하게 나오도록 했다. 그런 뒤 쑥을 곱게 갈아서 반죽에 넣었다. 하얀색이던 반죽이 연초록빛깔로 바뀐다. 그렇게 초록 반죽과 보라 반죽, 두 가지 빌깔의 반죽을 했다. 반죽을 두 가지로 하다 보니 손이 두배로 갔다. 쑥호떡과 비트호떡은 나름 건강호떡이라고 할 만했다.

주말이라 하루 내 바빴다. 호떡 주문을 하는 손님들에게 오늘 특별히 초록 호떡도 있다고 안내를 했다. 손님은 반죽에 무엇이 들어갔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어떤 손님은 부추를 넣었냐고 묻기도 했다. 나는 쑥을 넣어 반죽한 건강 반죽이라고 알렸다. 보라호떡도 신기해했지만 쑥호떡이란 말에 반응을 보였다. 오십 대 이후가 되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다. 나부터도 그랬다. 건강에 관련된 영상이나 방송을 챙겨보는 횟수가 확실히 늘었다.


옅은 초록색의 반죽에 호떡소를 넣고 철판에 굽는다. 반죽이 익어갈 수 록 빛깔이 짙어진다. 쑥향도 제법 난다. 쑥 호떡을 받아 든 손님들이 한 입 베어문다.

"맛이 어때요?"

"사장님, 맛있어요. 쑥향이 나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맛있게 드세요. 호호호."


나는 호떡 반죽뿐 아니라 속에도 무엇을 넣으면 맛있을까 연구를 했다. 설탕대신 팥앙금도 넣어보고 치즈, 잡채, 슈크림등을 다양하게 넣어봤다. 이것저것 다 넣어본 결과 기본 속과 견과류를 많이 넣은 씨앗호떡과 야채 호떡이 제일 무난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좀 정신이 없기도 한 것도 있지만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질 땐 혼자서 여러 종류의 호떡을 구워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위치를 구분해 구어 보기도 했는데 굽다가 자기가 바뀌기도 했다. 결국 그냥 꿀호떡과 씨앗호떡의 중간쯤으로 선택했다. 다양하게 씨앗을 넣지만 씨앗호떡처럼 많이 넣지는 않은 호떡으로.


오늘도 나는 뜨거운 불판에 호떡을 굽니다.

인생도 어쩌면 호떡을 굽는 것과 같지 않을까?

내가 보라호떡, 쑥호떡, 치즈, 씨앗, 팥앙금. 슈크림 호떡에 도전한 것처럼 인생도 다양한 선택과 경험을 하면서 바람직한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경험이 다 성공에 닿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면서 내 인생을 더 달콤하게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두 가지는 비슷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하게 속을 선택해지만 결국 가장 일반적인 것이 안정적이란 것처럼 우리는 삶을 살면서 종종 평평한 삶을 꿈꾸기도 한다. 보통의 삶, 평범한 삶, 이 삶은 보통과 평범이라는 단어가 가진 것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비상과 비범의 삶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밥만 먹고살지 않듯이 빵도 먹고 고기도 먹듯이 다양한 삶의 경험도 중요하고 이에 못지않게 가장 일반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어떤 반죽과 속을 선택하더라도 동그랗고 예쁜 호떡을 구우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어떤 삶을 선택하든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으면 된다.


의외로 쑥 반죽이 먼저 소진되었다. 쑥 호떡을 드신 손님들의 남은 여정이 쑥향처럼 기분 좋은 시간으로 채워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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