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아닌 작은 움직임을 하는 뱁새의 도전기
회사에 ‘100일 프로젝트’가 유행처럼 번졌다. ‘100일 글쓰기’, ‘100일 주크박스 (음악 소개)’, ‘100일 사진일기’ 와 같이 소소하지만 일상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25명의 크루(동료)들과 해나가는 프로젝트이다. 미리 일정금액의 예치금을 내고, 매일 프로젝트를 하고 정해진 방법으로 인증을 한다. 회장과 총무는 매일의 프로젝트 이행 여부를 체크하여, 인증을 하지 않은 날마다 천원을 차감한 후 100일이 지나면 예치금을 돌려준다.
나는 ‘100일 5분 운동하기’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삶속에 녹아드는 깨알같은 생활 운동, 웬만하면 다 운동으로 인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정말 5분이라도 운동하면 좋겠다, 그걸로도 ‘나 오늘 운동 했어!’하고 인정받고 뿌듯함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첫 사전모임에 갔을때, 정말 5분만 운동하려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걸 깨달았다. 모두들 수영, 필라테스, 헬스와 같이 이미 하고 있는 운동이 있었고, 꾸준히 잘 하기 위해 신청한 것이었다. 목표를 공유할 때, 하루 5분 스트레칭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아무도 나를 보고 뭐라 하지 않았지만, 괜히 혼자 찔려서 ‘나도 예전에 하던 요가를 다시 해야하나?’, ‘퇴근 후 헬스장에 등록할까?’ 하고 생각했다.
100일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운동할 때 허리를 굽히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허리에 좋다는 멕켄지 운동 (실제로는 엎드려서 심호흡만 하는 것)을 보고 ‘이름에 운동이 붙었으니까~’ 하면서 나의 5분 운동, - 솔직히 말하자면 작은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 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늘 고민이었던 골반 비대칭을 해결하고자 검색한 결과, 허리디스크 환자인데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있는 골반 스트레칭 영상을 찾아서 따라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매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로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하게 되는 훌라후프, 이걸로 충분하다고, 괜히 많이 하다가 지치지 말자고 정했다.
운동과 친하지 않은 나는 남이 시키는 자세를 하는 것이 힘들다. 요가를 다녔을때는 내 몸이 따라가는 속도에 비해 선생님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리고 바른 자세가 아니면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봐 항상 걱정이 많아서 운동하는 것이 두려웠다. 괜히 운동했다가 허리만 망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인터넷이나 프로젝트 동료들의 페이스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나는 나대로 운동하자는 것이다! 퇴근 후에 해야할 일들을 한 후, 요가매트를 펼치고 운동, 아니 작은 움직임을 하면서 가족들과 티비를 본다. 골반 스트레칭은 동영상을 틀어놓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자세를 외운 후 내가 하고싶은 순서대로 동작을 취한 후 하고싶은 만큼 유지한다. 하다가 힘들면 엎드려서 멕켄지 운동을 하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한 동작을 00초 동안 해야해! 하는 생각을 버리니 오히려 더 많이 하게 되고, 이야기하면서 하니 지겹지 않아서 1시간을 꼬박 채운 적도 있다.
저녁 일정이 있는 날에는, 집에 가서 씻고 잠들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5분 이내로만 하였다. 솔직히 그것도 안할 때도 많다. 처음에는 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12시가 넘어도 요가매트를 깔고 무리한 적이 있는데, 잠을 푹 자지 못하니 다음날 너무 힘들고 건강하기는 커녕 회사에서 버티기도 힘든 병든 닭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운동보다는 강의 듣기와 같은 내면을 채워주는 저녁 일정, 내면의 채움보다는 잠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읽은 책 <일상기술연구소>에서는 운동에 대한 자존감과 운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존감 두 가지를 의미하는 '운동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운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운동에 대해서만큼은 너무 빠른 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운동 자존감이 더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조금 기대를 낮추고, 운동과 담 쌓고 살아온 시간을 고려했으면 좋겠어요.
사전모임에 다녀온 후, 괜히 혼자 다른 사람들을 따라해야 할것 같다고 스스로를 압박해서 요가나 필라테스나 헬스에 등록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꾸준히 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의 긴 출퇴근 시간과, 저녁에 하는 것이 이것저것 많고, 운동보다 자기계발과 여러가지 취미가 더 중요하다는 특징을 고려하지 못한 채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운동이 아닌 작은 움직임, 황새가 아닌 뱁새에 머무를수는 없다. 하지만 100일 프로젝트가 시작한 후 한 달 동안 몸이 훨씬 괜찮아진게 느껴진다. 밴드 밤샘 연습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1n년동안 나를 괴롭힌 격렬한 생리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서 꾸준히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목표를 세우고, 중간점검을 하고, 성취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35일이 지난 지금, 100일 후에 황새가 되기보다는 100일동안 뱁새로 잘 살아남을 수 있기를, 그래서 작은 움직임이 운동은 못되더라도 큰 움직임 정도는 되어있기를 목표로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