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대체되지 않을 인간형
오늘도 요가 선생님의 나긋한 목소리에 몸을 맡긴다.
요가 동작은 과하지 않게, 약간 멍해지는 기분으로 기분 좋을 만큼 따라간다.
“애쓰지 않는 자리에서 머물러 보세요.”
선생님의 그 말이 참 좋다.
인간의 몸은 참 신기하다.
애쓰지 않아도, 꾸준히 하기만 하면 조금씩 향상된다.
처음엔 부장가를 할 때 허리가 뻣뻣했는데, 이제는 척추에 기름칠이라도 한 듯 훨씬 부드럽다.
꿈도 못 꿨던 활자세도 이제는 얼추 형상이 나온다.
굽어졌던 팔꿈치는 조금씩 펴지고, 버티는 시간도 길어졌다.
AI 시대, 많은 것이 대체될 것이다.
산업 혁명 때 인간의 육체노동이 기계로 대체되었다면,
이제는 머리를 쓰는 지식 노동마저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창의적 영역까지.
그러나 인간의 몸을 인간 스스로 움직이는 일,
그건 절대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요가 매트에 누워 사바사나를 하며,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여전히 육체적 동물이다.
몸을 써야 아프지 않고,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엔 너무도 의지가 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유튜브로 요가를 볼 수도 있고,
집에서 홈트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요가원에 나오는 이유는,
한 공간에서 함께 숨 쉬며 움직이는 사람들의 에너지 때문이다.
따뜻한 선생님의 응원,
옆에서 함께 수련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집중,
사바사나 중 들려오는 옆 사람의 고른 숨소리.
그 모든 것이 나를 평온하게 한다.
그건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감각이다.
함께 명상하고, 줌바를 추고,
배드민턴을 치며 웃고 땀을 흘리는 일.
그런 에너지의 교류는 사람끼리만 가능한 일이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십 년 안에
‘주 2일 근무’가 가능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AI와 기계가 노동의 대부분을 맡게 될 테니,
사람은 더 적게 일해도 괜찮아질 거라고.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는 시대,
사람들은 무얼 하며 살아갈까?
나는 지금부터 연습하고 있다.
많이 걷고, 많이 뛰고, 많이 읽고, 많이 쓰며,
잘 쉬고, 잘 먹고, 잘 노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성취가 없어도,
존재만으로 충분한 삶.
소소한 행복이 하루를 충만하게 하는 삶.
그 소소한 행복은, AI도 뺏어갈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