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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가는 날

사바사나 하러 요가원에 간다

by 온담




어제는 찐친들과 모임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수십 년간 찐친인 우리 중 한 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폭탄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은 뒤로 하고, 친구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아침 일찍부터 만나 먹부림을 한 우리였다.

모닝커피로 가볍게 시작해, 특별 메뉴 철판요리로 뜨겁게 달군 뒤,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한 케이크 커팅식과 함께 커피와 케이크를 흡입.

밖에 나오면 움직일 때마다 커피 커피 커피. 3차 커피숍에선 느끼함을 잡아줄 페퍼민트 티로 숨을 고른다. 배부름을 도저히 못 견딘 우리는 산책을 하며 잠시 소화를 시킨다.

그것도 잠시, 오늘 메뉴 2차 후보였던 딤섬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가볍게 딤섬과 창편, 라즈지 정도 먹어주고, 빠질 수 없는 칭따오 맥주를 곁들인다.

먹는 양과 축하, 송별의 마음이 비례라도 하는 듯이.




저녁까지 하이텐션을 유지하며 먹고, 수다 떨고, 또 먹었더니 늦은 밤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 만에 느끼기엔 과한 자극.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도 속이 더부룩하다.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어 봐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미스트 뿌린 듯 부슬비가 내리는 아침, 비루한 몸을 이끌고 비척비척 요가원으로 간다.




요가원 문을 열자 향 냄새로 살짝 매캐하다.


우타카사나 팔라카사나 차투랑가단가 부장가 우르두바 무카 스바나사나 ...

삐걱삐걱....

다시 우타카사나 팔라카사나 차투랑가단가 부장가 우르두바 무카 스바나사나 ...

삐걱삐걱...

아주 서서히 몸에 기름칠을 한다.

몸과 마음이 조금씩 나로 돌아온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사바사나....

어르고 달래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이완된 몸과 마음을 요가 매트 위에 눕히고 눈을 감는다.

요가 선생님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목 뒤에 베개를 받쳐준다. 선생님이 베개를 받쳐주거나 이불을 덮어주는 느낌을 사랑한다. 남이 끓여준 라면처럼 누가 덮어준 이불은 유난히 더 포근하다. 아들 둘, 이불 덮어주느라 바쁜 나는 이때 가끔 울컥하기도.

선생님은 조용히 수련생들의 손목에 아로마 오일을 한 방울씩 뿌려준다. 양 손목을 부드럽게 문질러 코에 박고 박하향 비슷한 그 향을 깊게 들이쉰다.

오늘이 극락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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