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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이 치앙마이

feat. 화엄경

by 온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에서 비롯된다.
《화엄경》



요즘 들어 자주 치앙마이를 떠올린다. 올겨울엔 따뜻한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쯤 머물며 요가와 명상을 하며 ‘새로운 나’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이름 모를 외국의 수행자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함께 요가를 한다. 깊은 명상을 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마음을 정화한다. 나는 아직 초보 요가 수행자일 뿐이지만, 마음은 이미 발리 우붓과 치앙마이의 요가 센터에 가 있다.




아침 9시, 집 앞 무인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 10시 반이 되면 아파트 상가 2층 요가원으로 향한다. 30년 된 낡은 상가 특유의 정겨움이 있다. 요가원은 10명 남짓 수행하기에 알맞은 크기이다. 전면 거울도, 화려한 장식도 없는 단출한 공간.

이곳 요가원에 오는 분들은 대개 동네 엄마들이다. 화려한 브랜드 요가복이나 레깅스는 입지 않는다. 주로 헐렁한 츄리닝 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수련을 한다.

처음 요가원에 왔을 때 나는 필라테스할 때 입곤 하던 레깅스를 입고 요가를 했다. 어느 날 헐렁한 츄리닝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요가를 했는데 느낌이 평소와 달랐다. 몸을 조이는 긴장과 압박이 사라지자 천천히 호흡하고 이완하는 느낌이 편안했다. 그날부터 난 요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 수업에서는 요가 동작이 끝난 후 평소보다 조금 긴 좌선 명상을 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 마음은 또 치앙마이로 향한다.





문득 치앙마이에서의 하루도 지금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가도 난 커피 한잔과 책 한 권, 요가와 명상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나머지 시간엔 여전히 아이들을 위해 요리할 것이고, 머무는 공간을 정리하고, 때때로 주변을 산책할 것이다.

좋아하는 모든 것을 충만하게 할 수 있는 지금 이곳이 내겐 치앙마이다. 요가원 건물 1층 공차에서 따뜻한 밀크티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발리 우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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