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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와 사바사나

음악이 명상이 되는 순간

by 온담

5월 황금연휴의 세 번째 날, 감사하게도 남편이 아들 둘을 데리고 친구 가족과 함께 놀러 갔다.
아빠와 아이들만 떠난, 아빠 캠프 느낌의 여행.
덕분에 아마도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 없이 보내는 2박 3일이 주어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까 고민했지만, 어버이날 주간이기도 해서
엄마, 아빠와 함께 친정에서 1박 2일을 보내기로 했다.



오랜만에 친정 근처 음악당에서 열리는
‘헐리우드 레전더리 콘서트’를 예매했다.
코리아모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위너 오페라합창단의 협연.
디즈니와 마블 시리즈의 익숙한 OST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풀어낸 유쾌한 공연이었다.



오케스트라와 밴드, 합창단, 전자음향까지
풍성하게 어우러지는 소리의 향연.


명상을 좋아하는 나에겐 음악을 듣는 시간도 명상이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그저 그 음악과 함께 '존재하는 연습'을 한다.
무언가를 느끼려 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려 하지 않으며,
그 순간에 머무는 연습.

오늘은 제일 뒷좌석에 앉은 덕분에
타악기 연주자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심벌즈, 트라이앵글, 북, *탐탐...

현악기처럼 끊임없이 연주하지는 않지만
타악기에는 음악 사이사이를 채우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유려한 선율 사이,
경쾌하게 터지는 심벌즈.
영롱하게 울리는 트라이앵글.
군중의 발걸음처럼 힘차게 고양시키는 북.
속을 시원하게 울리는 *탐탐.

텅 빈 공간에 제때 울려 퍼지는 그 소리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휘자는 곡이 끝날 때마다 인사를 하고 퇴장했다.
그 뒤 다시 음악이 시작되기까지의 정적.

그가 사라진 뒤 텅 빈 공간이 생긴다.
열정을 쏟은 연주자들과 집중한 관객 모두가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그 고요가 요가의 사바사나 같았다.



나는 *사바사나를 사랑한다. 사바사나를 하기 위해 요가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동작이 파도처럼 지나간 뒤
조용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몸에 남은 감각을 느끼는 시간.

곡과 곡 사이의 정적이
사바사나처럼 나를 편안하게 감쌌다.
연주자와 관객 전체가 조용히 하나가 되는 시간.
그 텅 빈 공간이 평화로웠다.

우리 하루에도 사바사나 같은 순간이 있다면 좋겠다.
몰입하고 집중한 뒤,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휴식하는 시간.
나에겐 5분 명상이 그런 시간이다.

그 텅 빈 공간이 오늘도 나를 살아있게 한다.





* 탐탐

오케스트라에서 쓰이는 큰 금속 타악기로, 깊고 웅장한 울림을 내는 악기


* 사바사나

요가의 마지막 휴식 자세로, 바닥에 누워 온몸의 힘을 빼고 고요히 머무는 명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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