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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Feb 03. 2021

겨울 고목의 독백

겨울 고목의 독백



오랜 세월 산사 앞에서 

오가는 길손을 살갑게 맞이할 때 

찬 가을이 다가와 뺨 어루만지며 

위로하듯 속삭이곤 나의 

마지막 잎새를 데리고 떠나갔습니다. 

마른 나뭇가지에 그림자처럼 

짙은 이끼가 자리잡을 즈음 

온 세상을 돌고 돌아 

숲속 스쳐 가는 바람 따라

온몸으로 흐느끼며 춤을 추는 

나는 늙은 무희(舞姬) 

가랑잎 밟고 다가오는 그대 발자국 소리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소망 담아 

고개 들어 환한 미소 지으며 

가만히 손을 흔들어 봅니다 

부어오른 관절처럼 상처 난 줄기마다 

고혹의 꽃 한 송이 기어코 피우리라 

삭풍 속 나의 몸부림은 

그대를 향한 설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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