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헬스장 풍경

공교롭게도 월요일이었다

by sewon

그녀는 얼른 글을 써야지 하고 락커룸에 두었던 핸드폰을 챙겨 나왔다.


1월의 헬스장 전경은 그 전달과 사뭇, 아니 많이 달랐다.


한 여자는 자신의 새로 산 운동복이 마음에 들었는지 전신 거울 앞에서 앞태, 뒤태를 살펴보며 패션쇼를 한다. 높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가 크게 흔들린다. 그러더니 이내 거울 가까이 얼굴을 가져간다. 눈 밑으로 번진 아이라인을 정리하더니 요가원에서나 볼 수 있는 포즈로 준비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몸매는 좋다. '나 외모에 관심 많아요'하는 생김새와 몸매였다.


러닝머신 위의 다른 여자는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힘차게 걷고 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 다른 한 손으론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연락 중이었다. 한 손은 후드티 옆으로 난 주머니 속으로 찔러 넣은 채. '나 오늘 헬스장 왔는데 사람 엄청 많아 대박. 이 사람들 다음 달 되면 반은 안 나올 듯 ㅋㅋㅋㅋ'이라고 메시지를 쳤지만 그녀 또한 다음 달 오지 않을 한 사람이 되리란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는 백수 포스의 새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차려입고 약수터를 산책하듯 러닝머신 위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의 러닝머신 모니터 위론 뉴스가 아주 큰 소리로 흘러나왔다. 이내 숨이 찼는지 여느 산책로에 흔히 보이는 허리 운동기 위로 올라가 허리를 좌우로 돌려댔다. 옆에 약수터만 있었다면 누가 봐도 동네 마실 나온 동네 할아버지였다.


1월에 첫 근무를 하게 된 카운터 여직원은 아직 어리숙했고 그녀에게 키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락커에서 바로 옆 사물함을 받아 '센스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 여직원은 이런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밀려드는 새 회원들에게 헬스장을 구경시켜주느라 신이 나 있었다. 여직원은 '내가 일하는 곳은 정말 활기찬 곳이야. 직장으로 택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하며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


손님이 없던 지난 11월, 그녀에게 회원등록 기념 1:1 무료 피티를 해주었던 트레이너는 모처럼 신나 보인다. 저 멀리 개인 피티실에서는 하나! 쭉! 둘! 쭉! 셋! 쭈욱! 하는 소리가 신명 나게 들려온다. 분명 새해 다짐과 함께 개인 피티 회원도 늘었을 것이다. 그녀의 윗배를 지그시 누르며 "회원님!! 복근이 있네요!" 라며 자신에게 개인 피티를 받으라고 은근히 권유하던 그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모처럼 새해가 밝으니 휑-하던 헬스장에 활력이 돈다.


헬스장에서 하던 자신만의 운동을 부끄럽게 여기던 그녀도 오히려 사람이 많으니 항상 붉혔던 얼굴을 거두고 열심히 운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월요일이었다. 1월의 월요일. 시작의 의미가 가득 담긴 그곳엔 희망이 가득했고 회원들의 당당함이 헬스장을 환하게 밝혔다.


그녀는 글을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메모장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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