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좋은 말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정말 미운 말이다. 상해에서 돌아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난 또 내가 변한 줄 알았다. 한 달 내도록 닦지 않던 방바닥도 상해에서는 머리카락 한 점이 싫어 매일 닦았고, 피곤하면 화장한 채 드러누워버리기 일쑤였던 내가 꼬박꼬박 화장을 지우고 잤다.
그런데 참 밉게도 돌아오니깐 모든 것이 그 예전과 똑같아졌다.
2-3년 전에는 밖으로 다니는 걸 좋아했던 탓에 하루에도 약속이 많으면 3개, 없었던 적은 없고, 혼자 사는 자취방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매일같이 늦게 귀가했던 내게 자취방은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곳'이었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놀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돈 못 벌어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되지~'란 생각이 '쟤는 좋은 데 갔네, 부럽다'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자취방은 다른 의미의 '잠만 자는 곳'이 되어버렸다.
무언가 무기력해지고 고민거리가 늘면서 누구도 만나기 싫고 나가기도 싫었으며 모든 것이 귀찮았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누워있게 되고 고민을 잊기 위해 폰을 만지고 또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에 후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이대로는 큰일 날 것 같았기에 진짜 모든 것을 '억지로' 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분명 이전에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갑자기 한순간에... 나는 시작점에 서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마지막에 그런 것들이 모여있어 잡히지가 않는 기분이다.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빛은 멀어지는 느낌이랄까.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남 탓을 하는 건 아니지만(사실 탓하는 거 맞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혹은 나의 생각에 대해 부정적이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취업 말고 사장이 되고 싶어!'라는 말에 '창업이 쉬운 줄 아느냐, 그게 쉬우면 다 창업했겠다. 직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느냐'부터 '그럼 취업할래! 꼭 좋은데 안 가도 돼'에는 '그렇다고 취업은 또 쉬운 줄 아냐, 요샌 중소기업도 어렵다'고 대꾸했다.
이런 내 고민에 엄마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는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가까이 해라. 급 행복해질 거다'라고 조언해주셨지만 그런 사람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결국 나는 그대로고 지금 벌써 몇 개월째 "변하고 싶다!"고 외치면서 침대와 이불과 혼연일체 되어 눈만 끔뻑이고 있다.
사실 나는 안다. 사실은 나는 이게 편한 거다. 겉으로는 반대인 척 속으로는 '난 지금 이대로가 편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내 지금의 편안함을 유지해줄 친구들에게 '안된다고 말해줘, 그럼 내가 계속 편하잖아'라며 텔라파시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하기 싫은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결국 부정적인 말도 내가 내 스스로에게 내뱉고 있었고 계속 누워있으며 즐겼던 거다. 몸이 편하니깐 괴로운 생각이 편함을 이기지 못했던것이다.
무섭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계속 지낼 거 같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 속에서도 배움이 있기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