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이미 헐크다!"

by 베존더스

개구쟁이 두 아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하루가 빠르게 갔다. 산부인과 검진 날도 빨리 왔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산부인과인데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느낌이었다. 이날은 목 투명대를 재는 날이었다. 태아 목 투명대 사이즈에 따라 다운증후군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사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첫째, 둘째 때보다 걱정됐다.


홀로 병원에 갔다. 이런 날 남편이 함께 있으면 힘이 되고 좋을 텐데. 두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없어 남편이 집에서 아이들을 맡았다. 아쉬움이 들었다. 혼자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했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됐다. 혼자 검사를 받으려니 괜히 긴장됐다. 혹시라도 이상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컸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다음 검진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을 한가득 사 들고 집으로 갔다. 잠시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두 아들은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한 달 후, 이번에도 혼자서 씩씩하게 산부인과를 갔다. 오늘은 셋째의 성별을 알 수 있을까. 이미 아들이 둘이어서 이번에는 딸이었으면 했다. 둘째도 아들이라 했을 때가 떠올랐다. 집에 가는 길에 울었다. 둘째가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서운함도 컸다. 셋째의 성별은 뭘까? 이번에도 아들이면 어쩌지?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아들이네요.” 또 아들. 셋째도 아들이라니. 실망하는 내게 선생님께서 위로를 건넨다. “나는 아들이 다섯이에요.” 선생님이 대단하단 생각뿐 위로는 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아기의 태동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선생님은 전보다 더 꼼꼼히 초음파로 아기의 상태를 봐주셨다. “ 아기는 건강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셋째이다 보니 태교를 전혀 하지 못했다. 두 아들은 심히 개구쟁이였다. 한 번에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단전에서부터 소리를 끌어 모아 내 질렀다. 득음도 가능할 것 같았다. 큰아들이 어찌나 말을 안 듣던지 내가 사라지든 아이가 사라지든 양자택일만이 방법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는 장소 불문하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주저앉아 떼를 썼다. 고집스러운 행동에 나 또한 지쳐갔다.


첫애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배 뭉침이 잦았다. 마음을 편하게 가졌어야 했는데. 셋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한 번씩 배를 쓰다듬어 주는 게 유일한 태교였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그제야 희미하게 느껴지는 태동으로 ‘아기가 잘 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아들이 셋이네. 내가 사람답게 살기는 틀렸구나.‘ 아이들은 이미 날 헐크로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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