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라도...

by 베존더스

독일은 아기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검사받은 기록이 담긴 노란 책(Gelbebuch겔베부흐)과, 작은 예방접종 수첩을 모든 아이에게 준다. 아이가 다니게 될 소아과도 미리 정해 둔다. 노란 책 겉표지에는 개월 수에 맞는 영유아 검사 날짜와 연도가 있다. 생후 12개월까지는 머리둘레, 몸무게, 키, 뒤집기 등 검사를 한다. 한 살 이후에는 언어 검사가 추가되며 팔자걸음, 안장 걸음을 검사한다. 영유아 검사 날에는 그 개월 수에 맞는 예방접종도 함께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소아과를 다니며 검사받는다.

노란책자 (Gelbenuch)


우리는 이미 두 아들이 다니던 소아과가 있었다. 딸 역시 그곳으로 가면 됐다. 영유아 검사를 하러 처음 소아과에 갔다. 이미 딸의 데이터는 입력되어 있었다. 또한 피검사 결과로 나온 ‘다운증후군’ 소견서도 도착해 있었다. 두 아들에게는 주치의가 따로 없었다. 갈 때마다 상주 중인 의사가 진찰했는데 딸은 주치의가 따로 배정됐다. 의사는 앞으로 딸이 받아야 할 검사가 많다고 했다. 그중 1순위가 심장 검사였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위한 책자도 따로 줬다. 그 책자 안에는 해당 개월 수에 받아야 할 검사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다운천사 만을 위한 검사책자



대부분 다운증후군 아기는 심장에 구멍이 있는 질환 가지고 있다. 딸은 뱃속에 있을 때 열 달 내내 심장은 이상 소견이 없었다. 다운증후군 진단을 놓쳤던 것처럼 이 또한 의사의 오진일 수 있었다. 딸을 위해 검사를 받아야 했다. 어린이 종합병원에 전화로 예약 날짜를 잡았다. 삼일 정도 기다려야 했다. 피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한 달을 기다렸던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다. 검사 날짜가 돌아왔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딸을 안고 검사 실로 들어갔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많이 떨렸다.


초음파 검사를 위해 딸을 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져간 우유병을 물리며 순조롭게 검사가 시작됐다. 심장을 보기 위한 초음파는 일반 초음파와 달랐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으로 보였다. 의사 선생님은 심장 잡음부터 확인했다. 그다음 초음파로 심장을 꼼꼼히 살폈다. 딸의 작은 심장이 뛸 때마다 빨강이 보였다. 긴장되는 마음에 어금니를 꽉 물었다. 검사받는 시간은 더디게만 갔다. 조용한 검사실 안에는 딸의 심장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 소리가 멈추고 어두웠던 검사 실 안에 불이 켜졌다. "심실중격 결손으로 세 개의 구멍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생후 5개월까지 지켜봐야 해요."


아니길 바랐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심장이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지’ 제발 다음 검사 때엔 구멍 한 개라도 막혀 희망이 보이길 간절히 기도했다. 심장에 구멍이 있어서 딸은 우유병 빨기가 힘들었음을 알게 됐다. 난 단순히 다운증후군 이어서 입 근육에 문제라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입 근육에도 힘이 생겨 우유병을 잘 빨겠지 싶었다. 심장의 문제였다니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 조그마한 아가가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우유병을 빠는 거였다니. 또 눈물이 쏟아졌다.


이주에 한 번씩 초음파 검사가 이루어졌다. 가는 날마다 마음을 졸였다. ‘이번 검사에는 제발’ 간절함으로 갔지만 역시나 달라진 건 없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검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을 잃게 했다. "5개월까지도 똑같다면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 말에 어미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작디작은 내 아이가 수술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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