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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의 미학, 부재의 충만 (1)

<살아내는 중 6>

by 모카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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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에겐 아이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선택으로, 누군가는 상황으로 부모가 될 수 없지요.

유산을 경험하고 근종으로 적출을 한 상황입니다.


아이가 있냐, 없냐 혹은 아이들은 다 컸냐는 질문은

설명대신 생략을 선택하게 됩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 삶에서

저희 부부는 항상 무언가 빠져 있고, 없는 사람에 속합니다.


결혼 전 예상되는 구성표에는 '출산'이 있었지만

결혼생활의 스토리보드는 완전히 달라진 거죠.


아이 대신, 우리는 서로를 더 많이 봅니다.

둘이서도 꽤나 시끄럽고요.


저희는 감정의 거리 두기가 잘 안 되는 부부입니다.
기쁨은 과하게 표현하고,
서운함은 조절 없이 흘러나오곤 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투박해지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관계의 온도를
아직도 배우는 중입니다.


집 없음, 아이 없음.

없음의 목록 속에서 서로의 존재만은

더 크게 동그라미 치기로 했습니다.


적출 이후, 몸은 사라진 모정을 기억했고

마음은 사라짐을 껴안은 채 계속 걷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품지 못했지만

그 빈자리를 허전하게 두는 대신

없는 것이 너무 커지지 않게

있는 것을 더 가까이 끌어안는 것

그것이 저희가 살아내는 방식입니다.


없음은 분명 결핍과 상실의 다른 이름이지만

없음으로 인해 더욱 서로 돌보게 됩니다.


내 곁의 사람.

그가 오늘 어떤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마음은 편안한지 말이에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없는 것, 너무 생각하지 마세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없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있는 것조차 깊이 누릴 수 없다는 것을요.


미안함도, 이해도, 다정함도, 인내심도

서로의 말투와 표정과 침묵을

여전히 조심스럽게 기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갖지 못한 것들은

우리의 삶을 작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게 펼쳐지게 만들었습니다.


더 단순해졌고, 더 느려졌고, 더 많이 마주 보며, 더 멀리 보게 되었으니까요.


있는 것만으로 채워지는 삶은

어쩌면 너무 가볍고 빨랐을지도 모릅니다.


저희 부부의 삶은 없는 것들을 품은 채

오래오래 무게를 나누는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그 무게가 때로는 아프지만

손을 잡은 쪽이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압니다.


아이가 없는 빈자리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봅니다.

"오빠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대가 있어서 참 좋다!"


없음으로,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있음으로 더욱 깊이 감사합니다.


오히려 우리의 약함을 강하게 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이 없이 살아가는 중년 부부입니다. 누군가는 선택으로, 누군가는 상황으로 부모가 되지 못합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지요. 아마도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자녀양육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연재글은 '아이 없음'에 대한 내용보다 아이가 없어도 살아지는 중년부부의 일상 기록입니다. 저출산 시대에 이런 이야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중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삶의 결이 닮은 분들에게 닿기를 소망합니다.


글벗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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