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day.
진정으로 사람이 자유로운 상태는 이래도 저래도 좋다는 애매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참이며 무엇이 선한 것인가를 알고 그에 따라 주저 없이 행동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실천적 선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 김우창. 김영사. 2014.
사전은 참 단정하게도 정의한다.
자. 유. 롭. 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
자. 유. 로. 움.
구속이나 억압 따위의 정해진 틀이 없는 상태
그러나 사전은 차갑고 평평하다.
흰 여백에 놓인 검은 활자의 자유의 뜻은 간략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내가 만난 자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자유는 종종 달음질하다 넘어지고, 바람에 흔들리다 이내 사라졌다.
하루를 건너느라 하늘을 제대로 보지 못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의 퇴근길은 파란 하늘과 바람 한 줄기가
그토록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유는 사소한 순간에 스며 있을 때가 많다.
생각해 보면 난 늘 자유를 갈망했고, 얽매이는 것이 싫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상사가 "네 의견을 솔직히 말해보라"는
말에 주저 없이 말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자유발언은 자유롭게 말하되, 동시에 자유롭게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자유는 선물처럼 주어지지만, 그 선물에는 가볍지 않은 무게가 있었다.
책임을 동반하는 일.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과 그 말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과 그 선택의 결과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자유는 책임과 분리될 수 없었다.
참과 거짓을 잘 분별하되, 선한 것이라면 주저 없이 행하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이 되고, 책임을 감당하는 자유만이 진짜 자유다.
자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 무거움을 스스로 선택했을 때, 자유는 오히려 나를 가볍게 했다.
억지로 주어지는 삶의 무게보다,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삶의 무게가 훨씬 홀가분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삶이란. 원인과 결과, 동기와 행위 그리고 의무와 수행이 강제적 연쇄관계가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영향과 선택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삶이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 김우창. 김영사. 2014.
자유는 대단한 사건 속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의 작은 결심이나 선택 속에 깃들어 있다.
해야 할 일을 잠시 멈추고 운동을 하는 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내 목소리를 내는 일.
얕은 사교모임에 "오늘은 가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우선순위에 생각과 행동이 산출하는 일들이 쌓일 때
삶은 더 효용이 커지면서 유쾌하고 경쾌해진다.
자유는 큰 목소리로 선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낮은 목소리, 조용하고 작은 행동 속에서 힘을 키운다.
책임과 역할의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그 무게 안에서 오히려 편안해지는 역설.
요즘 내가 만나는 자유의 얼굴이다.
자유는 결코 완성된 상태가 아니다.
매일 순간순간의 사소한 생각과 행동이 자유를 만들어간다.
자유는 책임을 동반한 무거운 신의 선물이자,
동시에 우리를 홀가분하게 하는 빛과 같다.
그 빛은 언제나 크지 않고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그 작은 것이 우리 삶을 가장 깊이 비춘다.
오늘 하루도 그 빛을 따라간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 (갈라디아서 5:13)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월의 첫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