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가 왜 이렇게 잘 팔렸는지 알겠다
햄버거와 피자는 언제나 맛있다.
고소한 소고기 패티와 늘어나는 치즈는 늘 내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여행을 준비할 때 음식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햄버거나 피자를 좋아하고 느끼한 걸 잘 먹는 편이었으니까.
미국 여행 첫날 우리는 피자 맛집을 찾아갔다. 엄청나게 큰 피자를 조각으로 파는 곳이었다. 한입 베어 무니 느끼하며 짭조름한 페페로니 맛이 아, 내가 미국에 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했다. 현지 분들도 줄을 설만큼 유명한 곳이었고, 유명세를 인정할 만큼 맛도 있었다.
다음 끼니도 밀가루와 기름 조합으로 된 느끼 짭짤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다. 더 이상 느끼하고 짠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여행 정보를 찾을 때 그곳에서 거주하는 한국분의 정보를 신뢰하는 편이다.
이상하게도 한국 분들이 뉴욕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많은 곳들이 태국 음식점이나 일본 음식점이었다. 왜 그런지 실제로 미국에 와 보니 이해가 갔다. 담백하고 매콤한 밥을 먹고 싶었다. 느끼하고 짠맛 때문에 잘 먹지 않던 콜라가 반갑게 느껴졌다. 아,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가 있구나.
여행 초반에 남편이 야심 차게 찾았던 바비큐 맛집에 갔는데 시킨 메뉴가 전부 너~~무 짰다.
한국도 짠 음식이라면 저리 가라인데 거의 먹지 못할 만큼 짜서 함께 시킨 코울슬로의 힘을 빌려 조금 먹을 수 있었다. 이정도면 상추 두 장에 밥 가득 올려서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코울슬로는 또 얼마나 많던지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점에서 코울슬로를 시키면 주는 간장 종지 같은 용기가 아니라 접시만 한 용기에 차고 넘치게 쌓아 주었다. 절반 이상 남은 음식을 포장해 와 마트에서 샐러드를 사서 짠맛을 중화시키며 겨우 해치웠다. 그 짜고 짰던 음식에 호되게 혼이 나서 이후 여행에서는 음식을 시키기 전 일단 짜지 않을까 의심부터 했다.
짜고 느끼한 음식에 지쳐있던 우리가 대안으로 찾은 건 치폴레라는 멕시칸 음식점이었다.
쌀, 고기, 두부, 야채, 상큼하고 매콤한 소스를 밥 위에 얹어 먹는 브리또볼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밥 위에'와 '매콤한 소스'이다. 느끼하지 않은 매콤한 소스와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치폴레는 느끼함의 사막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오아시스가 되어 주었다. 암암리에 '외국에서 같은 음식 먹지 않기' 같은 규칙이 있었지만 치폴레는 이 규칙을 깨고 몇 번 더 먹었다.
한식이 간절했으나 외국에서는 되도록이면 한식을 먹지 않는 것이 우리의 지조였기 때문에 느끼함과 짠맛에 지쳐도 끝내 한식집에 가지 않았다. 그 유명한 북창동 순두부도 가지 않았다. 미국에서 음식을 먹는 우리의 패턴은 이랬다. '미국음식 먹고, 그 강렬한 느끼함을 없앨 수 있는 다른 음식 먹고, 다시 미국음식 먹고, 또다시 느끼함 없애는 음식 먹고'의 반복이었다.
물론, 짜고 기름져서 맛있는 음식도 있었다. 바로 햄버거.
미국의 3대 햄버거 가게 중 우리나라에 그 당시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인앤아웃과 파이브가이즈를 가봤다. 파이브가이즈는 땅콩기름으로 감자를 튀긴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느끼함의 깊이가 달랐다. 햄버거 패티도 두툼하고 녹아내리는 치즈는 짭조름의 절정이었다. 한입 베어 물면 누구나 감탄을 할 만큼 맛있는 햄버거였다.
파이브가이즈보다 더 맛있게 먹었던 햄버거는 인앤아웃이었다. 인앤아웃은 파이브가이즈보다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들어있는 야채들이 신선했고, 혈당의 심기를 조금이나마 덜 건드리는 듯한 맛이었다. 별거 없는 단순한 재료들의 조합인데도 한번 더 못 먹었던 게 아쉬울 만큼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짜고 느끼하고 많은 음식들 때문에 우리는 콜라를 자주 주문했다.
한국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주로 물과 함께 먹었는데 미국에서는 서로 상의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콜라를 시켰다. 미국 패스트푸드점의 콜라는 점보사이즈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작은 사이즈도 큰데 정말로 이 양을 한 사람이 다 먹는지 궁금했다. 미국 분들이 날씬하게 살기 정말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센트럴파크를 뛰는 사람들이 많은가?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마트에 과자도 정말 짜서 어떤 마트에서 발견한 허니버터칩을 보고 반가워 냉큼 사버렸던 적도 있었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외국에서 한국 과자는 웬만하면 안 사는데 우리 입맛 기준 적당히 달콤하고 적당히 짭짤한 허니버터칩의 노란 포장지가 찬란한 황금색 빛을 뿜고 있었다. 잽싸게 허니버터칩을 카트로 넣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은 다인종국가라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이 있었다.
현지화된 외국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라며 굳이 미국 음식만 먹기를 고집하지 않았고 중식, 일식, 태국식 등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짜고 느끼하고 너무 많은 양의 음식들을 뒤로하고 한국에 왔을 때 부모님이 해 주신 김치찌개를 먹고 감격의 박수를 치며 한국에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그 이후 한동안 한식만 먹었다.
내 피의 8할은 김치찌개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