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LydiaQhQl 단편소설

by 백기락

<유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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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 그랬지.

전쟁에서, 멋진 기사가 적군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큰 공을 세워 영웅이 됐다고. 그래서 공주님과 행복하게 살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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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영웅이 되고 싶었다. 갑자기 일어난 전쟁. 옆 왕국의 전쟁에 지원을 나가는 병사들을 모집하는 그 글을 읽을 때부터.

한낱 평민 소년인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그럴 것이라고.

인사를 나누고 떠나는 나를 보며 누나와 어머니께서 통곡을 하시며 슬퍼하셨지만 난 별로 동요가 없었다. 난 영웅이 되어 '돌아올' 거니까.

군대에 들어가 훈련을 받을 때에도, 영웅이 되어 멋진 기사가 되길 꿈꿨다. 다른 사람들이 기사로 합격되었을 때도, 나 또한 기사가 될 것이고 내 능력은 출중하다고 여겼다.

첫 전투. 중간쯤에 끼여 싸우는 병사가 되자, 자존심이 팍 상했지만 난, 사람들이 내 능력을 눈여겨보지 않은 탓이라고 여겼다. 당연하다!

훤칠한 말을 타고 삐까번쩍한 갑옷을 입고 싸우는 기사들을 보며 난 꿈을 키웠다. 다음 전투에서는 난 기사가 되어 말을 타고 영광의 자리에 올라 있을 거라ㅡ


함성 소리가 하늘을 메우고 모두가 힘차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 가지 않아 검이 상대방을 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내 앞에는 다른 색의 갑옷을 입은 적군이 눈에 들어왔다.

팔을 들어 올리고 그를 내리쳤다. 하지만 그 사람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의 검과 나의 검이 맞부딪혀 쨍-하는 크고 끔찍한 소리가 귀를 찔렀다. 난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이 난 마음에 그에게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아니,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잠시 한 순간 눈을 마주쳤을 때 그 눈은 분명 나보다, 많이, 아주 많이 어린 소년이었다. 아이였다고.

검이 부딪혔을 때의 소리보다 더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따뜻한 무언가가 얼굴에 철퍽, 튀었다. 그리고 상대방은 쓰러져 제 팔을 부여잡았다. 반쪽짜리 팔을..

" 아아아아아악!!!!!!" 소년이 앳된 비명을 질러댔다. 내 검에는 붉은 피가 가득 튀어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내 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적군이다. 영웅은 적군을 전멸시킨ㅡ

울컥, 울컥. 내가 찌른 검을 따라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소년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그가 나를 바라본다. 비명은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빛이...

소년이 숨이 멎기도 전에 다른 적군이 나를 공격했다. 내 본능이 무표정으로 그 적군 또한 벤다. 그렇게 수도 없이 사람을 벤다. 이성이라고는 단 1도 없는 학살이다.

뿌우우우, 승리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들리고 난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사방이 시체와 피로 가득 차있고, 난 붉은 옷을 입고 있던 적군들만을 베었단 것을 상기해낸다. 내 갑옷의 파란 옷은 이미 피로 얼룩져 있다.

고개를 휙, 돌려 옆을 보니 내가 팔을 베었던 소년이 눈을 감은채 누워있었다.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이미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다. 죽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갑자기 구역질이 나온다. 구역질과 함께 고통이 몰려온다. 옷의 피에 내 피도 섞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웩... 내가 사람을 죽였다.



전쟁이 계속되었다. 맨 정신이 아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전쟁이 끝난 직후이다. 내가 잠은 잤는지, 음식은 먹었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수련만 한다고 동료를 만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계속 나를 피한다. 나를 경멸스럽고 끔찍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ㅡ


" 칼잡이야.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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