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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Mar 31. 2021

같은 혹은 다른 일상, 마시고 읽고 쓰고 사랑하라.

김설 에세이 [사생활들] 책 리뷰



1. 비슷해 보이는, 그러나 같을 수 없는 일상의 이야기

김설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사생활들"은 그녀의 일상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책 한 권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일상의 일부분 만으로도 그녀를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첫째는 글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이고, 둘째는 글에 솔직함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작부터 그녀는 자꾸 자신이 평범하고 자신의 삶이 남다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평범'이라는 단어는 사실 저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그녀의 전작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에서 들려주었던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과연 '평범"이라는 단어와 "김설"이라는 사람의 인생에 붙을 수는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녀의 글은 순탄치 않았던 삶의 여정에서 눈물과 고난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삶의 질곡을 겪어낸 사람이 삶의 무게에 무너지지 않았을 때 풀어낼 수 있는 형태의 글입니다. 애써 평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자랑할 것 없는 삶의 과정이었다는 겸손의 표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읽는 독자는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사람은 누구보다 위대하며 그 삶 자체가 위로가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독자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때로는 놀라고, 화가 나며, 답답하고, 슬픕니다. 이런 감정의 동요는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클수록 강해집니다. 공감은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어려움이 있고, 풀리지 않는 미칠 것만 같은 고민과 고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고난과 어려움이 마치 나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비슷한 것과 같은 것은 당연히 다릅니다. 누구도 그녀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르기에 얻는 유익도 있습니다. 담담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유사 감정을 경험하고, 내 삶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평온한 삶을 살아왔던 것에 대한 위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에세이의 여러 유익 중 큰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에세이 "사생활들"은 이런 유익을 주기에 매우 의미 있는 책입니다.  



2.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

책 속에서 작가는 몇 가지 애정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양이, 문구류, 찻잔, 그리고 책입니다. 일부는 저와 겹치기도 하고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녀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 깊습니다. 이전 책의 내용을 떠올려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녀는 뭔가를 적당히 하는 법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랑을 넘어 집착의 수준까지 깊고 집중력 있는 감정을 쏟아붓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SNS를 통해 고양이를 입양하고 가까워지고 챙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찌할지 몰라 옹냐옹냐 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마음이 약하신가 보다 했었습니다. 고양이가 버릇없이 굴고 할퀴고 생채기를 내도 역시나 옹냐옹냐 봐주기만 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일면 안쓰럽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모습이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부분에서는 저와 같지만 또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저는 고양이들을 돌보면서도 할퀴려고 하거나 물려고 하거나 하면 바로 응징(?) 해서 할 수 있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배우도록 해줍니다. 냥이들이 생각보다 똑똑해서 한두 번이면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문구류를 좋아하고 사 모으는 건 제 아내와 비슷합니다. 저 역시 도대체 쌓여 있는 노트를, 이미 많은 필통을 왜 또 사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님의 남편과 다른 점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아도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말하지 않아야 좋은 일들이 세상에는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찻잔을 좋아하고 모으는 취미는 좋아 보입니다. 뭔가 있어 보입니다. 품격이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도 좋은 취미입니다. 인스타그램 하기에도 유리한 취미라 부럽습니다. 저는 뭘 모으는 취미가 딱히 없습니다. 한때는 책을 너무 많이 사고 모았는데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부분 처분하고 요즈음은 가능하면 이북으로 읽고 있습니다. 


그녀의 책 "사생활들" 리뷰를 쓰면서 얼렁뚱땅 저의 취미와 생활 일부분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이 책이 좋은 에세이기 때문입니다. 무릇 좋은 에세이란 저자의 경험이나 일화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유사한 경험을 떠올리거나 반대로 저자와는 사뭇 다른 기억을 불현듯 떠올리게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이 책 "사생활들"처럼 말입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경험들의 일부를 리뷰에 옮겨 적고 있는 것입니다.  



3. 글을 쓰는 사람의 인격, 글을 쓰는 사람의 글의 글격

사실 말장난이기는 합니다만 에세이 같은 성격의 글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인격이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작가는 글의 전반에 작가가 된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생 중, 후반부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집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고난 끝에 인생의 안정기에 접어든 작가의 여정을 고려하면 어떤 일을 너무 당연히 받아들이고 자만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길고 어둡고 깊은 동굴을 지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겸손함과 감사함의 표현들을 대하면 작가의 인격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인격을 지닌 작가의 글에서는 글을 쓴 사람의 글격이 묻어납니다. 독자들이 이 글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리뷰에서 작가의 지난 삶의 여정과 고난의 일부를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것은 현재 그녀의 삶의 모습은 어두운 동굴을 빠져나온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그녀의 삶의 일부를 함께 들여다본 독자로써 회복되고 나아진 현재의 삶을 마음껏 기뻐하고 축하해 줄 수 있습니다. 책의 중반부에 떠나보낸 절친의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어려울 때 늘 위로하고 함께 하던 친구가 상황이 나아지자 오히려 멀어졌다는 대목에서 안타까웠습니다. 힘들 때 함께 하는 친구가 좋은 친구인 것은 맞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축복해 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입니다. 상황이 나아지고 성공을 했는데 그 친구가 함께 축하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그 친구가 진심으로 나를 위로했다기보다는 나의 어려운 상황을 보며 상대적인 위안을 누렸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김설 작가가 앞으로 좋은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을 통해서도 스스로 차차 치유해 나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글로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지 기대가 됩니다. 이제는 글에 아픔이나 고난보다는 삶의 찬란함과 기쁨과 희망을 담아낼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멋있고 아름답기만 한 인스타그램 사진과 글과는 다른 이면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며 살고 있습니다. 김설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글 "사생활들"처럼 아픔도, 고난도, 괴로움도 적당히 내보이면서 서로 위로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글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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