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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ia Oct 24. 2024

그 남자와의 마지막 만남

내가 널 좋아했던 만큼 너는 내 생각이 났던 적이 있었을까


내가 퇴사를 하고 며칠 되지 않아 휴일날 그 남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지나가다 우리 집 동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얼굴 한번 보자는 말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이 화이트 데이였다. 회사 다녔을 때도 그랬고 너라는 남자는 여전히 정말 내가 오해하기 딱 좋게 행동하는구나 싶었다. 그 남자의 행동은 여전히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애매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 있었기 때문에 만날 약속을 정했다. 만나서 하는 말이 라섹 수술을 했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안경을 쓰고 있더라니 눈 보호용 안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타벅스에서 초콜릿을 줬다며 나에게 툭 주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면 난 또 너도 나한테 마음이 있다고 오해하잖아.’ 하지만 나도 웃긴 건 그 남자가 초콜릿을 준 게 내심 좋았다는 것이다.


그 남자와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나오는데 그 남자가 라섹 수술 때문에 눈이 잘 안 보여서 카페는 못 가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그 남자와 더 있고 싶었지만 그 남자가 버스를 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 남자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 뒤로 그 남자는 내가 퇴사한 후에도 계속 회사를 다니다가 회사가 다른 회사로 이전했다는 소식이 내가 들은 마지막 소식이었다. 그 후로 1년이 더 지나서 내가 들은 그 남자의 소식은 지방에 거주하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로망이었던 남사친을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였을지도 모른다. 각자 결혼을 하면 자연히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이로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 거기까지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 그냥 그 남자가 좋았으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말 좋아했던 남자였으니까. 내가 남사친이 생긴다면 그 준식이라는 남자애가 내 첫 번째 남사친이 되어주길 바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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