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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단 Jul 02. 2024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야, 너두 할 수 있어_06




그 해 여름, 어쩌면 우연히 또 어쩌면 필연적으로 난생 처음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 한계에 대한 염려,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 노화에 따른 갱년기 예방 등등이 목적이었고  떡락한 주식 덕분에 그까짓 PT 비용 쯤이야, 라는 대범함이 합을 이루면서 가능한 지점이었다. 


천성이 게으른데다 춤 말고는 움직이는 걸 즐겨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생소한 운동에 아무런 지식과 관심도 없이, 그저 '비싼 돈 냈으니 설마 안 가진 않겠지.' 정도가 기대한 바였다. 

역시나 수업 20회를 진행하는 초반에는 고통과 지루함의 반복이었고 다시금 내 체력의 한계와 나이를 인식하게 되는, 그닥 유쾌하지 않은 경험 뿐이었다. 

그러다 계약한 세션을 마칠 즈음, PT의 애잔하고도 절절한 재등록 영업 공격 스킬이 들어왔고 운동의 필요성과 휴머니즘이 합심해 30회 세션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는 호갱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에 운동에 관련한 정보와 기술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운동 시간과 횟수도 늘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외적, 내적 내 몸의 변화에 즐거워하고 소위 '헬창' 이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고통을 견디며 목표를 수행했을 때의 성취감, 그에 따른 몸의 변화가 주는 즐거움, 무엇보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감정의 기복이 적어지고 긍정적이고 즐거워지니... 중독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운동에 욕심을 내다보니 따라오는 게 바로 식단...

좀처럼 정체된 근육량 때문에 한달에 한 두번 먹을까 말까한 육식을 다시 시작했고 '탄단지' 가 갖춰진 식단을 지향하면서 특히나 '단백질' 에 집착했다.


핼스 보충제인 프로틴 파우더나 기타 보조제는 먹지 않았지만 두 끼 이상 육류를 먹었고 바나나 시금치 스무디에 '산양유 프로틴' 을 섞어 매일 거르지 않고 먹었다.

그리고 다음 해, 연초 건강검진을 앞두고 나는 내심 기대를 했다.

난생 처음 운동을 꾸준히 했고 균형있고 건강한 식단에 규칙적인 생활까지 갖춰진 몸이니 분명 '눈부신 변화' 가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건강이상신호, 재검사 필수 요'. 

생각지도 않는 '단백뇨 수치' 가 심각한 양성으로 나오고 '신사구체투과율' 도 수치가 훅 떨어져 버렸다. 

즉 신장이 망가졌다는 결과... 


빠르게 검색해보니 신장이 망가지면 단백질 섭취가 제한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다. 

여태껏 내가 꾸준히 열심히 먹어온 음식들이 모두 신장을 망치는 것들이었다.

재검을 받아봐야 더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곘지만 이미 난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 그야말로 '청천벽력',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신장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근력운동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난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제 웨이트는 내게 단순히 살을 빼거나 몸을 멋지게 한다거나 하는 의미 이상이었다.

'이번 생은 글렀다' 라는 생각으로 대강 하루하루를 때우며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살아가던 내게 활력과 희망을 주었고 목표를 갖게 했다. 

운동하러 갈 생각에 설레고 운동하는 시간의 몰입은 그야말로 '나와 최고의 친밀감' 을 갖는 충족감,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사랑에 빠져 '다시 태어난 것' 이었다. 

그러니 이번 결과가 '나를 다시 죽으라' 라는 말 같을 뿐...

이재용 사장도, 김은숙 작가도, 제니니 지수니... 다 안 부럽고 신장이 좋은, 다시 말해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이들'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한달 후 재검사를 앞두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트레이너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일단 운동을 중단하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슬프고 서러워 엉엉 울어버렸다. 

그야말로 대단한 이별이었다.


당장 동물성 단백질을 모두 끊어버리고, 특히 산양유 프로틴 파우더는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후, 재검사를 했더니 다행히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 뒤로도 일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아마도 그 전엔 단백질 섭취가 제한되어 있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공격적으로 들어온 단백질이 신장에 일시적으로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20, 30대의 신장이라면 모를까... 중년에게 신장은 정말 중요한 장기이고 근육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모른 채 함부로 단백질, 특히 보조제를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근력운동을 너무 사랑하더라도, 헬창이 될 지언정...

모두모두 단백질은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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