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 유방암 병동에서 귀인을 만났다.

어느날 내 인생에 유방암이 들어왔다 4

by 이감

병실에 들어서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10년 전 양성종양 제거 수술로 입원했던 그 병실일까? 비슷한 병실일까? 같은 병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10년 전과 같은 2인실에, 같은 위치의 베드를 배정받았다. 입원실에 들어가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짐정리를 하니 간호사 선생님과 병동 담당 교수님이 차례로 나를 불렀다. 이것저것 내 병과 관련된 조사(?)를 했다.


병동 담당 교수님은 걱정이 많아 보이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걱정 말아요, 요즘 이런 걸로 안 죽습니다. 100살까지 살 거예요"


그 말이 부서질 듯 약해져 있던 나에게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그리고는 성형외과 교수님이 내일 수술할 나의 가슴에 유성 매직으로 표시를 했다. 그리 예쁘지도 않고, 지도 않고, 모유도 한 모금 나오지 않은 내 가슴 한쪽이 내일이면 사라지는구나 싶었다. 시원한 마음이 훨씬 컸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화장실에서 마지막 내 가슴 사진을 찍어놓았다. 못난 가슴을 기억하고 싶었다.


일정을 다 마치고 커튼을 치고 누워있었다. 그때 옆 베드 환자가 지나가면서 슬쩍 인사를 건넸다. 엄마가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몇 살이냐고. 나는 괜히 엄마한테 쓸데없는 거 묻지 말라했다. 병동에서 예민할 수도 있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예민해져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2살이 어렸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치료를 위해 올라와있는 그녀는 내가 비할 바도 아니게 단단한 사람이었다. 처럼 아이의 엄마이고 선항암을 이미 여러 차례 한 후 수술을 받기 위해 친정엄마와 올라왔다는 그녀. 그녀와 나는 금세 친해졌다. 어린아이의 엄마라는 공통점 외에도 살던 지역이나 친정엄마가 보호자라는 점 등 너무 많은 이야깃거리가 우리에게 있었다.


병동에 누워있었지만 그녀와 이야기하던 순간에는 암 수술을 앞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순간이었다. 내가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엄마가 나를 간호해 주고 아이 걱정 없이 나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자꾸 돼 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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