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희 Dec 20. 2022

마이크로소프트 이야기

창업자 빌 게이츠로부터 두번째 CEO였던 스티브 발머를 거치며 MS-DOS와 Windows의 글로벌 OS독점이라는 영광의 시대를 거친 마이크로소프트는 2007년 애플 아이폰의 출시가 상징하는 본격적 모바일 시대에 초반 대응을 하지 못하고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PC 시대에 머무르는 화석, 폐쇄적 관료주의로 인해 혁신이라고는 기대 못할 회사, 부서 간 경쟁이 회사 전체의 발전보다 더 중요해진 피곤한 회사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는 회사 출신 인물들의 폭로성 인터뷰로 바깥 세상에도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2013년에 삼성전자에서 구글 크롬북을 위해 삼성-구글 양사 간 협력 업무를 하던 시기에 내가 속해 있던 PC부문의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지라, 위에 기술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이미지는 내게도 생생하게 전달되었었다.


그런데 2014년 초반,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라는 낯선 이름의 인도인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세번째 CEO가 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 자리를 두고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포드, 노키아, 스카이프 등의 유명CEO들을 제치고 난데없는(나중에 알고 보니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사티야는 직원들 사이에서 이미 큰 지지를 받던 리더였지만, 회사 외부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사람이 갑자기 수면 위에 떠오른, 너무 신선해서 충격적이기까지 한 선택이었다. 대체 저 인물이 누구야 하는 반응과 함께, 정보가 부족한 인물의 속내를 파악해 새로운 파트너십으로부터 이득이 될 만한 결과를 어찌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삼성을 비롯한 주변 IT기업들이 다소 막막해 하고 있을 때 즈음, 사티야는 “mobile first, cloud first”라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습으로 비추었을 때 상당히 파격적인 선언을 내어 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탑 OS와 MS오피스라는 강력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로 시장을 지배하면서 그 왕국을 지키기 위해 켜켜이 설계한 폐쇄적 제품/라이선스 정책으로 상징되던 회사였다. 이러한 공룡이 과연 모바일 시대로의 변화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모두 의심하고 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아이패드용 MS오피스를 내어놓더니 그 해 후반부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용 MS오피스를 보란 듯이 출시했다. 윈도즈 OS체제에 순응하는 사용자만 MS오피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보다, 사용자가 애플 iOS와 구글 Android로 모바일을 이용하는 순간 조차 MS 오피스의 세계에 묶어 두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는 구글이 웹베이스의 구글 DOC(문서도구)가 무섭게 그 기세를 펼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런 전략적 판단이야 회사 전략을 내내 생각하는 자들의 입장에서 여러 미래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그려볼 수는 있겠으나, 윈도즈OS 와 그로부터 파생된 인접 소프트웨어들 덕에 지켜온 거대한 매출이 있는 회사가 타 OS에 도 너그러운 길을 기꺼이 가겠다 하는 결정을 그리 빠른 시간 안에 내리리라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윈도즈PC를, 구글과는 크롬북을 다루던 삼성PC부문에서는 두 거대 파트너들 사이에서 셈법을 계산하다 그 어울리지 않게 너그럽고도 과감한 결정에 놀라버렸다. “저 공룡이?” “그 육중한 존재가?” 


내가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의 Finance팀에 들어간 것은 사티야가 CEO를 맡은 지 4년이 되어가던 시기였다. 

입사 후 직원으로서 알게 된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시나 덩치 큰 회사가 으레 그러하듯 크고 작은 텐션이 곳곳에 존재하는 회사였지만, 중요한 차별점이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각종 다양한 시각으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던 전세계 십만 명 넘는 직원을 하나로 묶어 주는 ‘접착제’가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있다는 사실이었다. Finance 조직 내에서도 시각이 상이했던 멤버들, Finance 조직과 많은 부분 대척점에 있던 영업 조직들, 그리고 더 크게는 미국 본사와 그들과 협력 및 대립을 병행하며 공생하는 각국 지사의 사람들 – 그 모든 이들이 각자의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훌륭하다고 인정하고 존경하던 사람, CEO 사티야가 그러한 존재였다. 


내가 그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본사에서 지사에 이르기까지 empathy(공감)라는 단어를 핵심 유행어로 삼고 있다는 점이었다. 극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IT세상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요 세력이 되고자 출사표를 던진 클라우드 시장은, 앞뒤 가리지 않고 피 터지도록 싸우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도 이상하지 않을 만치 어려운 공간이었다. 사티야는, 놀라버릴 만한 전략적 선택을 과감하게 취하는 걸 보니 CEO가 꽤나 피도 눈물도 없이 숨도 못 쉬도록 회사를 돌리고 있겠구나, 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그는 고객에 대한, 직원에 대한, 세상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자칫 CEO의 바람에 날리듯 가벼운 공식 표어로 남을 수 있는 공감이라는 용어가, 새로운 옷을 입으려 전사적으로 노력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심이 담긴 스토리로 변모하여 놀랍게도 IT회사 전략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중증 뇌성마비가 있는 자신의 아들과 가족의 스토리를 모두와(그야말로 전세계 사람들 모두와) 공유했는데, 예를 들어 중증 뇌성마비 또는 루게릭 병 등과 같은 신경질환 때문에 PC사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개발된 안구 움직임 감지 센서 기반의 유저 인터페이스 덕분에 자신의 아들이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임에도 그렇게 사랑하던 음악 활동을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 나누었다. 그는 ‘기술이 따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의 아들이 2022년 초 하늘로 떠났다고 한다. 뉴스를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사티야는 그 공감이라는 태도를 고객에게도 드러내어, 그가 내세우는 메시지가 허울이 아님을 잘 보여줬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주요 대기업일지라도 미국에서는 크게 입에 오를 일이 없는 국내 사업 위주 기업의 탑 리더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에 관한 미팅을 가지고 싶다 하면, 그는 한국 지사가 사전에 제출하는 설명(해당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 클라우드 사업에 왜 중요한지에 관한)을 시간을 들여 검토하고 그러한 미팅에 궁극적으로 응하곤 했다. 클라우드 잠재성이 큰 고객에 대해서는 분기 업데이트 온라인 미팅에도 응해서, 글로벌 CEO와 네트워크가 있음을 회사 대내외 적으로 과시할 필요가 있을 한국 고객사 리더의 면도 세워주었다. 이런 사티야의 직접적인 대응은 극한 경쟁 속에 돌입하던 한국 클라우드 시장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가 약진하는 데에 분명하고도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 

어떤 기업이든지, 큰 결정을 내리는 것 역시 사람이다. 사람인 리더의 입장을 이해하고, 해당 기업의 필요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회사의 제품에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특히나 클라우드는 top management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세일즈에 있어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시장이었다(그것은 2022년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b) 마이크로소프트 Finance팀의 이야기


그러한 CEO의 의지가, 본사의 개발/영업/ 마케팅/전략 /Finance 등의 조직을 맡고 있는 리더들에게 전달이 되고, 다시 각 조직의 쓸모와 빛깔에 맞는 메시지로 재차 다듬어져서 지역 곳곳으로 내려가 그에 맞는 조직 관리의 기초가 되었다.  (....  다음 차수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