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내가 원하는대로 되기위한거야.
“왼쪽으로 숨쉬기 하세요.”
날벼락 같은 선생님의 한마디.
자유형을 할 때 왼쪽으로 호흡을 하란다.
(나는 오른손잡이라 오른쪽 호흡만 해왔다)
그게 가능한건가?
그래 일단은 한번 해본다.
고개는 물밖으로 못나오니
수영장 물이 고스란히 입안으로 꿀꺽꿀꺽꾸울꺽.
배가 부를정도다.
물이 입안으로 들어가니 더 당황하고
숨은 자꾸만 가파진다.
선생님은 ‘차분하게 천천히 호흡을 하세요.’
너무도 남의 일 처럼 말씀하셨다.
물이 한 바가지씩 입안으로 들어가는데
차분하라구요?
오른쪽 방향으로는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고개가
왜 그리 왼쪽으로는 안돌아가는지
참 이해가 안됐다.
그날 난 수영장 물의 3분의1은 들이킨 것 같았다.
며칠 뒤
처음에는 킥판을 잡고 했다. 할만하다.
몇 주 뒤, 오리발을 끼고 했다. 더 잘된다.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니었다.
몸의 중심을 오른쪽으로 완벽히 돌리지를 못했고
익숙하지 않다는 당황스러움이 앞서
나의 자유형 탬포를 놓쳐버린 것 이었다.
내가 늘 하던 자유형과 별반 다른 게 없는 자유형
이었다. 그저 무게의 중심을 반대로 잡아주는 것 이었을 뿐.
사무실에서 예상치 못했던 업무가 떨어졌다.
그것도 매우 급격하게.
일을 주는 상사 조차도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종류의 일.
내 스케줄이 꼬였고 고민해오던 업무가 아니라
당황했다. 왼쪽 호흡할 때 수영장 물이 입안으로 쏟아들어오는 것 같은 당황 스러움이었다.
호흡이 가파졌고 내 감정의 컨트롤이 어려웠다.
스스로에게 물을 먹였다.
불필요한 말을 내뱉고 감정을 표현했다.
퇴근 길
스스로를 물먹인 나를 되돌아보며
문득 왼쪽으로 호흡을 한 첫 날이 떠올랐다.
결국은 왼쪽 호흡이 내가 못했던 게 아니라는 걸,
당황스러움과 내 탬포를 놓쳐서
그랬던 것 이라는 걸.
결국은 내가 원하는대로 되기위해
물을 먹은거라고.
와인 두잔과 함께 오늘의 기억을 녹이고
내일 다시 차분하게 나의 탬포를 찾아가
보아야 겠다.
수영이 수영일 뿐
일은 일 일 뿐 이다.
무엇도 나 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기억하자.